[기자가만난세상] 현금만 요구하는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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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전통시장을 가기로 하자 아내가 자연스레 현금부터 찾는다.
이유를 물으면 서로 불편해질 듯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계산을 마쳤다.
매장 한편엔 현금이 없어도 계산할 수 있도록 작은 글씨로 돈을 이체할 수 있는 '계좌번호'도 적혀 있었다.
'현금 없는 사회'라는 말이 있지만 전통시장에서만큼은 아직까지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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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을 챙겨야겠지?”
각종 과일, 채소, 고기 등이 저렴하다며 한번 보고 가라는 손짓이 끊이질 않는다.
기분 좋게 뭘 살지 둘러본 후 물품을 계산하기 위해 카드를 꺼내 건넸다. 하지만 상인은 카드에 눈길조차 주지 않더니 당연하다는 듯 “현금만 받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유를 물으면 서로 불편해질 듯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계산을 마쳤다. 매장 한편엔 현금이 없어도 계산할 수 있도록 작은 글씨로 돈을 이체할 수 있는 ‘계좌번호’도 적혀 있었다.
다른 상점에선 카드를 건네자 표시된 물품 가격보다 1000원을 더 받아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행법에서 신용카드·현금영수증의 결제·발급을 거부한 경우 처벌과 신고에 대한 포상도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법은 한없이 멀다.
최근 벌어진 전통시장의 바가지요금 논란 등에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 역시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을 듯싶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지방의 한 시장 상인이 연예인들에게 ‘옛날 과자’ 1봉지를 7만원에 판매한 모습과 서울 광장시장에서 가격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의 모둠전을 판매한 상인의 행태 등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대형마트 등이 늘어나 찾는 이가 줄어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정부가 세금을 들여 각종 지원에 나섰다.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영세한 상인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지원에 나서 시장의 외형은 깔끔해지고 현대식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이 현금만 요구하는 ‘악습’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세금이 투입된 시장에서 세금 탈루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금만 주고받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신용카드를 비롯해 다양한 ‘페이’ 등이 나와 결제 수단이 다양해졌다. ‘현금 없는 사회’라는 말이 있지만 전통시장에서만큼은 아직까지 통하지 않는다.
연말정산 때 한 푼이라도 더 돌려받기 위해 애를 쓰는 ‘유리 지갑’ 직장인들의 허탈감을 키운다.
세원 투명화를 강조하고 있는 국세청 등 세정 당국도 전통시장 등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듯하다. 행정력 투입 대비 걷어 들이는 세수가 크지 않기 때문일까. 이 같은 악습이 지속할 경우 수치로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그나마 다음 달부터 서울 명동 노점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투명해지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바뀌어야만 한다.
이귀전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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