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에... 세브란스 “수술 절반 연기” 정부 “면허취소” 경고
국내에서 가장 큰 서울의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전공의 전원이 집단 사표를 내고 20일부터 근무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의료 파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중환자의 입원과 수술 일정이 연기되는 병원이 벌써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A 병원은 20일로 잡혀 있던 폐암 4기 환자의 수술을 미뤘다. 신촌세브란스 병원 측은 이날 “다음 주 수술 일정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고 했다”고 전했다. 파업으로 수술실에 들어올 전공의가 없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날 오전부터 “뇌경색 재관류중재술, 뇌출혈 수술이 불가하다”고 공지했고, 서울대병원은 자궁육종암, 폐암 등 수술을 연기한다고 환자들에게 알렸다.
국내 전공의는 1만3000여 명으로 전국 211개 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빅5 병원은 숫자로는 전체 수련 병원의 2.1%에 불과하지만, 전공의는 2745명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한다. 특히 빅5 병원에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중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이 병원들의 전공의 파업은 국내 중환자 치료 기관의 파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른 병원의 전공의들도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환자들은 당장 수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빅5 병원 전공의들은 20일부터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사전 입원과 수술 일정 등은 미리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시작으로 입원·수술 일정이 줄줄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수술 보조를 하고, 입원 환자를 밤새 돌볼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은 환자 일정을 잡기가 어렵다. 빅5 병원은 이날 전공의 파업을 대비해 수술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논의에 들어갔다. 실제 수술이 미뤄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PA(Physician Assistant·의사 보조) 간호사와 군 병원 인력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겠다고 했다. 반면 의료계에선 “전공의를 대체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빅5 병원 관계자는 “군 인력이 온다고 해도 각 병원의 진료·수술 시스템을 익히기 위해선 7~10일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해 “전국 221개 수련 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집단 사직·연가 불허’와 ‘필수 의료 유지 명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진료를 거부하는 전공의에게 문자 메시지와 문서 등으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반하면 법적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료법상 업무 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로 정부가 고발하면 법원은 1년 이하 자격 정지뿐 아니라 3년 이하 징역에도 처할 수 있다. 작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도 취소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235명이고 103명이 실제 근무를 하지 않았다. 정부가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자 103명 중 100명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치고 빠지기’식으로 사직과 복귀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비상 진료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409개 응급 의료 기관은 비상 진료 체계를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전공의 파업이 본격화하면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체제로 대응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 국민 76%가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응답했다.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16%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사직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반의료 행위”라고 했다.
☞업무개시명령
의료·화물운송 등 특정 직군 종사자의 휴업·파업이 국가 경제나 국민 생활에 큰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될 때 정부가 강제적으로 업무 복귀를 명할 수 있는 조치다. 1994년 도입됐으며, 의료 분야의 경우 의료법 제59조에 규정돼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 휴업해 진료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업무 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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