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올랐는데 안 팔아?” “왜 팔아”…경고등에도 일학개미 버티는 까닭
日대표 장비주 도쿄일렉트론
소니·NTT 제치고 시총 3위로
반도체 업종 상위 10개 종목
1년 동안 70% 오르며 상승세
한미반도체 등 장비주 호조에도
시총 작아 시장 이끌기 역부족
시가총액이 140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제조업체 도쿄일렉트론은 연초 대비 상승률이 32.8%에 달한다. 세계 톱5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이날 한때 소니와 NTT를 제치고 도쿄 증시 시가총액 3위까지 치솟기도 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장비사인 시총 47조원 어드반테스트도 44.0% 올랐다. 16일에는 장중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전날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온 영향을 톡톡히 봤다. 또다른 반도체 장비업체 디스코는 연초 대비 25.5% 상승했고, 반도체 소재업체인 도쿄오카공업도 수익률이 30.2%에 달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본격화하는 제조업체 설비투자, 미·중갈등이 촉발한 각국의 반도체 공장 유치경쟁 등 현재 반도체 장비를 둘러싼 수요 환경이 우호적으로 흘러가는 만큼 최근 관련주들의 강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일본 반도체주가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것은 미국 빅테크발 인공지능(AI) 호황이 계속되면서 이에 따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한 장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반도체 장비협회(SEAJ)는 올해 장비 판매액이 4조348억엔, 2025년에는 4조4383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2022년의 3조9222억엔을 넘어선 수치다.
반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약 7%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4.4% 오르는 데에 그쳤다. 현재 아시아 증시에서 시총 1위는 TSMC인데 2위이던 삼성전자가 15일 기준으로 일본 도요타에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소진웅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는 주로 종합 반도체 기업인 데에 반해 일본 반도체 대장주는 대체로 반도체 장비주인 영향도 있다”며 “국내에서도 한미반도체·HPSP 같은 장비주들의 최근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한미반도체와 HPSP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각각 29.9%, 43.6%에 달하지만 시가총액이 크지 않다 보니 국내 증시 전반의 상승 분위기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일본내에서는 반도체 관련주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의 ‘IT 버블’을 연상시키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도쿄 토픽스(TOPIX) 500 구성 종목 가운데 반도체 관련 종목 10곳의 최근 1년새 주가 상승률은 70% 달한다. 전체 토픽스500 상승률인 40%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반도체 관련 1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14일 기준으로 85조5000억엔을 기록했다. 도쿄증시 프라임(1부) 시장 전체 시총인 908조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4%로 과거 2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의 강한 반도체산업 육성정책도 관련주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2027년 2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목표로 자국 내 8개 대기업이 합작 설립한 종합 반도체기업 라피더스에 8조원을 지원했다. 또 지난해 반도체기금 약 30조원 증액을 추진했으며, 반도체공장 투자비용에 최대 50%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TSMC, 마이크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도 일본 내 공장을 신설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투자도 몰리는 형국이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1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2공장을 건설해 2027년 가동을 목표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설립 비용의 3분의 1을 지원한다.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도 2025년 요코하마에 공장을 세워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마이크론 또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히로시마에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일본 반도체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수입이 불가능해진 중국이 첨단기술을 포기하고 구형 공정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일본 반도체 업체는 기존 고객에게 첨단 장비를 계속 판매하되 중국에는 구형 공정 장비를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쿄일렉트론의 중국 매출비중은 올해 1분기 39.3%에서 2분기 42.8%, 3분기 46.9% 등 단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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