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랠리 탄 日반도체주 '과열 경고'… 삼성전자 주가는 '시무룩'

김대은 기자(dan@mk.co.kr),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2. 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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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증시 이끄는 반도체주
日대표 장비주 도쿄일렉트론
소니·NTT 제치고 시총 3위로
반도체 업종 상위 10개 종목
1년 동안 70% 오르며 상승세
한미반도체 등 장비주 호조에도
시총 작아 시장 이끌기 역부족

◆ 韓日증시 희비 ◆

일본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는 것은 일본 대형 반도체주들이 증시 상승 분위기를 이끌며 수익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대형 반도체주들은 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장비주들이 많다.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랠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반도체 대형주들은 주로 메모리 업황에 좌우되는 부분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가총액이 140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제조업체 도쿄일렉트론은 연초 대비 상승률이 32.8%에 달한다. 세계 톱5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16일 한때 소니와 NTT를 제치고 도쿄 증시 시총 3위까지 치솟기도 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장비업체인 시총 47조원의 어드반테스트도 44.0% 올랐다. 이날 장중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전날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의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온 영향을 톡톡히 봤다. 또 다른 반도체 장비업체 디스코는 연초 대비 25.5% 상승했고, 반도체 소재업체인 도쿄오카공업도 수익률이 30.2%에 달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본격화하는 제조업체 설비 투자, 미·중 갈등이 촉발한 각국의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 등 현재 반도체 장비를 둘러싼 수요 환경이 우호적으로 흘러가는 만큼 최근 관련주들의 강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에 삼성전자 주가는 약 7%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4.4% 오르는 데 그쳤다.

현재 아시아 증시에서 시총 1위는 TSMC인데 2위이던 삼성전자가 15일 기준으로 일본 도요타에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소진웅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는 주로 종합 반도체 기업인 데 반해 일본 반도체 대장주는 대체로 반도체 장비주인 영향도 있다"며 "국내에서도 한미반도체·HPSP 같은 장비주들의 최근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한미반도체와 HPSP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각각 29.9%, 43.6%에 달하지만 시총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국내 증시 전반의 상승 분위기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일본 내에서는 반도체 관련주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의 '정보기술(IT) 버블'을 연상시키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도쿄 토픽스(TOPIX) 500 구성 종목 가운데 반도체 관련 종목 10곳의 최근 1년 새 주가 상승률은 70% 달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의 강한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도 관련주의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2027년 2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목표로 자국 내 8개 대기업이 합작 설립한 종합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8조원을 지원했다.

또 지난해 반도체기금 약 30조원 증액을 추진했으며, 반도체 공장 투자비용에 최대 50%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TSMC, 마이크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도 일본 내 공장을 신설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투자가 몰리는 형국이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1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2공장을 건설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설립 비용의 3분의 1을 지원한다.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도 2025년 요코하마에 공장을 세워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일본 반도체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수입이 불가능해진 중국이 첨단기술을 포기하고 구형 공정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일본 반도체 업체는 기존 고객에게 첨단 장비를 계속 판매하되 중국에는 구형 공정 장비를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대은 기자 /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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