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왜 담장 위 걷는 다크 비즈니스에 영혼을 팔까[스타와치]

김범석 2024. 2. 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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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왼쪽 ,본인 소셜미디어)와 가수 겸 배우 임창정(뉴스엔DB)

[뉴스엔 김범석 기자]

세상에 합법적으로 돈 버는 방법은 3가지 뿐이다. 근로소득과 자본소득, 투자소득이다. 모두 과세가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범위를 조금 넓히면 몇 가지 재테크 길이 더 열린다. 사기, 횡령하지 않고 행운에 베팅하는 복권, 토토, 카지노는 제외하기로 하자.

바로 인맥이나 어둠의 경로다. 이쪽은 속칭 담장 위 비즈니스라고 불린다. 담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다가 중심을 잃고 왼쪽으로 떨어지면 슬기로운 감빵 생활 법무부이고, 조상이 도와 오른쪽으로 착지하면 행정안전부 소속이 되는 식이다. 능력보다 운빨이 중요하고 범죄 혐의 여부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해서 ‘다크 비즈니스’로도 통한다.

최근 방송을 통해 요식업계 거물로 떠오른 인물을 둘러싼 잡음으로 연예계가 시끄럽다. 프랜차이즈를 통한 불법 자금 세탁과 코인 사기 사건으로 번지고 있는데 여기에 개그맨, 방송인, 가수들이 여럿 연루됐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해당 연예인들은 우연히 사진을 찍었고 식사 한번 했을 뿐이라며 선을 긋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직접 가담하진 않았어도 얼굴과 인지도를 대가로 용역비를 받거나 초기 판돈을 댄 엔젤 투자 아니냐는 의심이다.

연예인들은 왜 잊을 만하면 이런 다크 비즈니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걸까. 왜 이런 의뭉스러운 유혹에 영혼을 팔까. 무엇보다 불규칙한 수입 때문이다. 매달 고정적으로 300만 원 받는 봉급 생활자는 예적금 풍차를 돌릴 수 있지만, 똑같이 연 3,600만 원을 버는 트럭 과일 장수는 선뜻 그러기 어렵다. 매달 수입이 들쭉날쭉해 지출 계획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홈쇼핑 출연할 정도의 인지도만 있다면 연예인은 기본 연봉 10억 원쯤 버는 고소득자다. 다만 품위 유지나 처가댁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숨만 쉬어도 고정비가 높게 세팅돼있다면 그들 역시 허덕이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들도 따박따박 들어오는 현금 파이프라인을 누구보다 갖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복리를 연구해 월세 나오는 건물이나 미국 배당주를 사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네온사인 반짝이는 화끈한 사업과 남들 모르는 창조경제에 더 관심이 많다. 불법 온라인 도박이나 유흥업소를 낀 마약, 코인 사기에 발을 담근 MZ 조폭들과 결탁하기 쉬운 구조다. 이들과 ‘형님, 아우님’ 하면서 많은 피해자의 피를 빨아 수퍼카와 시계를 사는 것이다.

범죄 혐의가 없고 피해가 증명돼 기소되진 않았지만, 가수 임창정도 주가 조작 세력과 어울린 사실이 드러나 하루아침에 일이 끊겼다. SBS 예능에서 승무원 출신 아내, 아들들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4의 전성기를 맞나 싶었지만, 어둠의 무리와 조조 파티,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영상이 속속 공개되며 아내 서하얀까지 자숙해야 했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도 ‘어쩌면 이렇게 사람 볼 줄 모를까’ 싶을 만큼 허술한 행보를 보여 많은 이를 의아하게 했다. ‘전청조와 공범 아니냐’는 혐의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앞으로 누가 그에게 펜싱을 배울지 의문이다. 버닝썬 사건으로 출소 후 해외 팬 미팅을 하는 승리의 강한 멘탈은 존경스러울 정도지만.

누군가 내게 과분한 호의를 베풀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하지만 연예인이나 셀럽들은 그 부분에서 매우 취약하다. 어디를 가도 환영받고 대접받는 게 기본값으로 설정돼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기꾼들에게는 이보다 쉬운 먹잇감이 없다. 라덕연과 전청조는 각각 임창정과 남현희를 스피커로 쓰며 큰 그림을 그렸을 텐데 이를 알아채고 적당할 때 유턴하지 못해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고 말았다.

앞으로도 다크 비즈니스 연예인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바지로 쓰기에 연예인만큼 좋은 이들이 없고, 설사 문제가 돼도 꼬리 자르기가 쉽기 때문이다. 항간엔 연예인들의 과세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버는 돈의 약 40%가 세금이다 보니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데 보상 심리가 발동돼 검은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변명이다. 얼핏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많이 벌고는 싶은데 세금은 내기 싫다? 이게 바로 도둑놈 심보 아닌가.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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