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늙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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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지나서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인간의 삶이 죽음으로 향하는 선이라면, 한 눈금 오른쪽으로 옮겨 간 셈이다.
나이 들어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적절한 건강이 필요하기에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면서 체지방, 근육량 등을 측정하고,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간 수치 등을 검사한다.
문학과 과학의 교차로에서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다루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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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지나서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인간의 삶이 죽음으로 향하는 선이라면, 한 눈금 오른쪽으로 옮겨 간 셈이다. 나이 들어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적절한 건강이 필요하기에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면서 체지방, 근육량 등을 측정하고,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간 수치 등을 검사한다. 눈으로 몸을 보는 사람은 반드시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먹고, 마시고, 걷고, 뛰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순간순간이 몸에 쌓여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걸 이처럼 명확히 보여주는 건 드물다.
'사피엔스의 죽음'(틈새책방 펴냄)은 스페인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와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가 늙음과 죽음에 대해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문학과 과학의 교차로에서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다루는 셈이다. 책에는 두 사람이 병원에서 받은 검사지를 들고, 노화와 질병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늙음의 생물학은 냉혹하다. 늙음이란 자연 상태엔 존재하지 않는 현상이다. 생명은 완전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로만 존재할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늙어 약해진 생물은 모두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환경 변화를 못 견디고 죽는다. 동맥경화, 백내장,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은 죽음을 이겨낸 대가로 인류가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 죽어야 할 몸이 죽지 않아 우리 유전자 안에 내장해 있던 해로운 변이들이 발현된 것이다. 아무도 이를 피할 수 없다. 청년의 뼈를 튼튼하게 했던 호르몬이 노인의 동맥을 석회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는 면역 시스템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생물학적 나이를 바꿀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을 버리고 의자 생활을 줄이며 꾸준히 운동을 이어가면, 실제 나이와 상관없는 생물학적 나이를 얻는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 관리다. 건강을 유지하고 멋지게 늙어 가려면 긍정적이고 기쁨 넘치며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생물학적 나이를 앞당긴다. 슬픔을 길들이고 짜증을 이겨내는 능력 없이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없다.
늙음은 지극히 인간적 현상이다. 오직 인간만이 늙음을 경험하고, 문화의 불을 밝혀 그 여분의 삶에 의미를 불어넣는다. 세월의 벼락을 맞아 쪼개져 썩은 나무 같은 삶일지라도 우리는 사랑의 잎을 내밀고 협력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과제는 생물학이 허락지 않은 이 삶을 이용해 어떤 시를 남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찍이 스페인 시인 마차도는 노래했다. "내 가슴은 기다리네. 빛과 생명을 향해/ 봄이 줄 또 하나의 기적을." 당신은 어떤 시를 쓰고 있는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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