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기강 무너졌는데… 흥민・강인 감싼 정몽규 회장, "남자들끼리 종종 일어나는 일"

(베스트 일레븐=신문로)
대표팀 내에서 선후배간 다툼이 벌어졌고, 해당 사건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졌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인 정몽규 회장은 "팀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며 선수들을 감쌌다.
16일 오후 2시 30분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표팀 관련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말 부임해 최근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성적을 낸 뒤 354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정 회장은 "먼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으로 축구팬, 축구인, 국민들께 실망을 드려 대단히 죄송스럽다.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드리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사과를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과정에 대해서는 "어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논의했고, 오늘 오전 협회 집행부 임원진들과 이러한 내용을 보고받고 논의를 진행했다.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논의를 종합적으로 논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경질 이유에 대해선 클린스만 감독의 경쟁력과 태도, 경기 운영과 선수 관리 능력, 근무 태도 등을 종합해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아시안컵 기간 중 발생한 선수단 내 불협화음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지난 14일 영국 <더 선>은 이강인과 몇몇 젊은 선수들이 화합의 장인 대표팀 단체 식사 자리를 벗어나 탁구를 치러 가려던 상황에서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다 몸싸움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를 당한 원인이 바로 같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다퉜기 때문이라는 것. 곧 협회가 이를 인정하면서, 대회 중 선수들 간 싸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 회장은 "한 달이 넘는 단체생활과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이어온 가운데 예민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향후 대표팀 운영에 있어 중대하게 살펴야 할 부분과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고 본다. 향후 코칭스태프 구성이나 선수 관리에 대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유사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라고 했다.
팀 내 자유로운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팀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규율과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유야무야 덮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단순히 선수들 사이 분위기를 넘어 팀워크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클린스만 감독에겐 선수들의 불화를 지켜보고도 제대로 수습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간 충돌을 대회 4강전 경기력 저하의 핑곗거리 삼기 바빴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어진 질문에서도 "징계는, 소집을 안 하는 방법 뿐"이라고 에둘러 별다른 징계가 없음을 표현하며, "추후 감독이 선임되면 미리 방안을 논의해야 될 거다. 국내파와 국외파, 92년생과 그 이상 고참, 96년생, 어린 선수들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다음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이것을 계기로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새 감독과 상의할 것"이라고 했다.
팀에는 괜히 주장, 고참과 베테랑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가진 경험은 젊은 선수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팀의 자산이다. 그리고 '원 팀'을 구성하기 위해선, 때에 따라 일부의 희생도 필요한 법이다. 긴 합숙 기간에 지쳐서, 어려운 경기를 하느라 힘들어서 그랬다는 건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선수들에게는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자세가 부족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협회의 수장이라면, 옳지 못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태도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