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S 기자, 자사에 정정보도 청구…“오세훈 의혹 보도 문제없다”
‘오세훈 처가 땅 의혹’ 취재팀 “허위 주장” 정정 요구

한국방송(KBS) 기자가 자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민 한국방송 사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처가 땅 의혹 보도’를 직접 “케이비에스의 대표적인 불공정 편파 보도” 사례로 언급하고, 이어 9시 뉴스에서도 앵커 브리핑으로 방송사 차원의 공개사과를 한 데 대해 해당 취재팀이 “충분한 사실확인 과정을 거친 검증 리포트에 불공정 낙인을 찍은 허위 주장”이라며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6일 한국방송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오세훈 검증 보도’ 취재팀은 한국방송을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지난 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냈다. 취재팀은 접수 이튿날인 6일 사내 게시판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며 “자사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박민 사장과 지금의 보도본부 수뇌부는 취재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저널리즘의 최소한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문제 삼은 보도는 지난해 11월14일 ‘뉴스9’에서 내보낸 앵커 리포트다. 박장범 앵커는 당시 ‘오세훈 처가 땅 의혹 보도’를 “이른바 ‘생태탕 보도’”라고 칭하며 “단시일 내에 진실 규명이 어려운 사안을 선거 기간에 보도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지오 인터뷰’, ‘채널에이 검언유착’, ‘뉴스타파 녹취파일’ 등이 “공정성 훼손 사례”로 소개됐다. 모두 전날 박민 사장이 공개적으로 거론한 “불공정 보도”였다. 다만, 박 사장과 박 앵커는 ‘생태탕 보도’ 등을 불공정 사례로 규정하면서도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오세훈 검증 보도’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오세훈 당시 후보의 부동산 의혹을 다뤘다. 오 후보가 과거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처가의 땅이 있는 서울시 서초구의 내곡동 토지의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관여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이다. 이후 오 후보는 “주택지구 지정은 노무현 정부 때 됐고, 저는 땅의 존재도 몰랐다”고 해명했고, 한국방송 취재팀은 2021년 3월15일부터 약 보름 동안 10건의 검증 보도를 냈다.
취재진은 당시 보도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적격성 검증을 위한 것으로 철저한 상호 검증과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했다. 이들은 언론중재위에 제출한 조정신청서에서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건설교통부의 공문과 토지 등기, 임대차 계약서 등 서류를 확인하고, 관련 업무를 담당한 관계자, 현장의 경작인들, 측량팀장 등을 인터뷰해 언론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활용하여 철저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취재진은 서울중앙지검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수사(명예훼손·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내린 사실을 강조했다. 2021년 10월 검찰은 불기소이유통지서에서 “경작인, 생태탕 식당 모자, 측량팀장의 오 후보 목격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며 “허위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당시 정치부장으로 취재를 지휘한 최문호 기자는 한겨레에 “박민 사장은 무슨 근거로 불공정 보도라고 사과했는지 (중재위에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한국방송 사쪽은 박장범 앵커의 ‘불공정 보도’ 브리핑에 당사자 입장이 빠졌고, 공정성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지적에 “해당 보도들은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쳐 이미 불공정 보도로 굳어진 것들”이고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기에 당사자 반론은 필요하지 않았다”고 반론했다. 최근에는 박민 사장이 이사회에서 이들 보도에 대한 특별감사를 언급해 ‘감사 독립성 침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한편 한국방송이 제작 중이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의 4월 방영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무산시킨 결정과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와 피디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반발했다. 피디협회는 “이 프로그램은 참사 생존자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는 내용”이라며 “선거에 영향을 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본부장의 이번 결정은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자 해사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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