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타민 내가 챙긴다…냉동·못난이 ‘싼 과일’ 찾아 삼만리

김채운 기자 2024. 2. 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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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신촌역 근처 한 과일 가게.

씨는 "마트 과일이 너무 비싸서 동네 과일 가게를 돌아다닌다"며 "그래도 과일값이 너무 올라 화채 가격을 1만4천원에서 1만6천원으로 2000원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정아무개(54)씨는 "대형마트보다 30%, 많으면 50%까지도 값이 싼 과일 가게를 자주 찾는다. 문 여는 아침 9시에 가면 온 동네 할머니들이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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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1시30분께 경기 성남시의 한 과일 가게에 사람들이 가득차 있다. 김채운 기자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신촌역 근처 한 과일 가게. 대학교 앞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기자(61)씨는 “마트 과일이 너무 비싸서 동네 과일 가게를 돌아다닌다”며 “그래도 과일값이 너무 올라 화채 가격을 1만4천원에서 1만6천원으로 2000원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에 사는 유방운(72)씨도 “마트 과일이 너무 비싸 자갈치시장이나 수영시장을 돌아다니며 싼 과일 찾는 게 일상”이라며 “지난해보다 과일 먹는 양을 엄청 줄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과일 생산량이 줄며 과일값이 큰 폭으로 뛴 가운데, 시민들도 ‘비타민 사수’를 위해 저마다 생존법을 찾아나서고 있다.

즉각적인 방법은 과일 섭취량을 줄이고 ‘냉동 과일’로 대체하는 것이다. 평소 과일을 좋아해 일주일에 귤을 5㎏씩 먹었다는 대학생 허준용(26)씨는 부담스러워진 귤값에 올해 들어 먹는 양을 1㎏로 줄였다. 대신 인터넷으로 냉동 딸기를 시켜 먹는다는 허씨는 “냉동 과일은 맛이 좀 떨어져, 믹서기로 갈아 꿀을 타서 스무디로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허씨는 “매주 마트에서 주는 오전 할인 쿠폰을 꼭 챙겼다가, 적용 시간에 맞춰 과일을 사러 간다”고도 덧붙였다.

저렴한 동네 과일 가게에서는 ‘오픈런’(가게가 여는 시간에 맞춰 달려감)이 펼쳐지기도 한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정아무개(54)씨는 “대형마트보다 30%, 많으면 50%까지도 값이 싼 과일 가게를 자주 찾는다. 문 여는 아침 9시에 가면 온 동네 할머니들이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일들. 연합뉴스

시민들이 전반적인 과일 소비를 줄이면서 과일 가게도 매출이 줄었다고 호소한다. 서대문구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유민상(62)씨는 “과일 가게 한 지 15년 정도 됐는데, 올해처럼 급격하게 가격이 오른 적은 없었다”며 “지난해 5∼6월부터 손님이 확 줄어 매출도 30% 정도 깎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달 과일 물가는 1년 전과 견줘 26.9% 올랐다. 2011년 1월(3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과일값은 지난해 9월 이후 다섯달째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20%대에 이르는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값’이 된 과일값에 유학생들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국내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폴란드인 미코와이 므로제크(24)는 “영국에서 공부할 때에는 일주일에 5~6번 과일을 사 먹었는데, 한국은 과일이 너무 비싸 일주일에 1번 만원 내로 사 먹는다”고 말했다. 불가리아인 대학원생 요아나 코스토바(25)도 “한국 과일은 최소 2배, 많으면 4배까지 비싼 것 같다”며 “그나마 싼 과일을 파는 마트까지 20분을 걸어간다”고 덧붙였다.

‘못난이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은 표준 규격에서 벗어난 등급 외 농산물로, 맛과 영양은 다르지 않지만 외형 때문에 일반 농산물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한 편이다. 대학원생 김아무개(26)씨는 “자취생 입장에서 과일이 비싸 잘 안 먹게 되는데, 최근 ‘못난이 사과’를 박스째 구입했다”고 말했다. 못난이 농산물 쇼핑몰 ‘어글리어스’의 최현주 대표는 “올해 초 정기 배송 서비스 유입이 크게 늘었다. 매출도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상생 과일’, 홈플러스의 ‘맛난이 과일’ 등 대형 마트의 못난이 농산물 브랜드도 매출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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