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 전 ‘제물’ 달걀에 촉촉한 흰자·노른자…“우물에 놓여”

내용물이 액체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조류 알

영국 옥스퍼드대 고고학 연구진은 지난 7일 약 1700년 된 달걀 내부를 3디(D)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마이크로 시티(CT) 장치로 스캔한 결과 달걀 내부에서 흰자와 노른자 혼합물로 추정되는 액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 고고학 누리집 갈무리

영국에서 발견된 약 1700년 전 달걀 내부에 액체 상태의 흰자·노른자가 들어 있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영국 옥스퍼드대 고고학 연구진이 약 1700년 된 달걀 내부를 3디(D)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마이크로 시티(CT) 장치로 스캔한 결과, 달걀 내부에서 흰자와 노른자 혼합물로 추정되는 액체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지름 약 4㎝의 이 달걀은 2016년 잉글랜드 남부 에일즈베리의 한 우물에서 나무 바구니, 가죽신, 나무 그릇 등과 함께 발견됐다. 당시 발견된 달걀은 모두 4개다. 발굴 과정에서 달걀 3개는 훼손돼 심한 유황 냄새가 났다고 한다. 나머지 달걀 1개는 원형 그대로 발굴됐다.

연구진은 달걀이 일종의 제물로 우물 안에 의도적으로 놓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알이 닭이 낳은 알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달걀이 발견된 우물은 애초 양조 시설로 쓰였다가 서기 3세기 후반부터 기도를 올리거나 제물을 바치는 장소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고고학 연구진은 지난 7일 약 1700년 된 달걀 내부를 3디(D)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마이크로 시티(CT) 장치로 스캔한 결과 달걀 내부에서 흰자와 노른자 혼합물로 추정되는 액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 고고학 페이스북 갈무리

연구진은 지난해 이 달걀의 전시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달걀을 스캔했다가 달걀 내부에서 노른자와 흰자를 발견했다.

이 달걀은 지금까지 발견된 조류가 낳은 알 가운데 내용물이 액체 상태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알로 알려졌다. 14일 과학 및 고고학 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일반적으로 유기물은 공기에 노출되면 썩지만 달걀이 우물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내용물이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새알과 둥지 컬렉션’ 수석 큐레이터인 더글러스 러셀은 가디언에 “자연사박물관에는 1898년 이집트에서 발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화된 새 알이 있는데, (연구진이 이번에 발견한 새 알은) 그보다 더 오래된 것일 수 있다”며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 의도치 않게 (자연적으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조류 알”이라고 말했다.

이 달걀은 현재 런던자연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연구진과 박물관 쪽은 달걀 껍데기를 깨지 않고 내용물을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달걀은 가장 멋지고 도전적인 고고학적 발견 가운데 하나”라며 “추가 연구를 통해 고대 조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