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나 남은 가자 대형병원 기습…하마스 인질 못 찾아

▲ 지난해 12월 가자지구 나세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형병원을 겨냥한 군사작전에 들어갔습니다.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들이 병원에 있다는 첩보에 따라 피란민이나 환자에 대한 피해를 무릅쓰고 강행한 작전이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15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에서 "하마스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거나 사망한 인질의 시신이 있다는 믿을만한 정보가 있다"며 "병원 내부에서 정밀하고 제한적인 작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가리 소장은 풀려난 인질 등에게서 인질에 관한 믿을만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아직 이 병원에서 인질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하가리 소장도 이날 저녁까지 인질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침투해 가자지구로 납치한 뒤 아직 풀어주지 않은 인질 130여 명 가운데 최대 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마스 측은 인질들이 이 병원에 있다는 주장을 부인했으며 이스라엘이 인질의 시신을 찾기 위해 무덤을 파헤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슈라프 알쿠드라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병원 건물 내 거대한 무덤을 불도저로 파헤쳤다며 "또 산부인과 건물을 습격해 수색 작전을 펼쳤다"고 말했습니다.

하가리 소장은 "가자시티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과 란티시 병원, 알 아말 병원 등 가자지구 내 모든 병원에서 그랬듯 하마스는 체계적으로 병원을 테러 근거지로 활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병원 수색 과정에서 수십 명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체포한 용의자 가운데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에 참여했던 하마스 대원과 구급차 운전기사 등도 포함됐습니다.

하가리 소장은 병원 경내에서 폭발물과 박격포 등 무기도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 병원을 포위한 채 병원 내에 있던 환자와 피란민 8천여 명을 피신시킨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군은 병원에 의약품과 산소통, 발전용 연료 등을 공급해 수술 등 치료 활동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세르 병원은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대형병원으로 수개월 동안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해 운영됐고 의사들이 복도에서까지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의 의사들과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의 나세르 병원 공격을 규탄했습니다.

나세르 병원의 의사 아미라 아술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날 새벽 4시쯤 중환자실이 포격을 받았고, 그 직후 이스라엘군이 병원에 대피 중인 수천 명에게 피신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술리는 "이스라엘군은 안전한 통로가 있다고 했지만,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며 창밖에서 총소리와 포격 소리가 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익명의 한 외상 외과 의사는 CNN에 탈출하려 했던 8명이 총격을 받았으며 부상자 중에는 병원 입구에서 총 4발을 맞은 16세 소년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외과의는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에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소속 의료진이 환자들을 남겨두고 나세르 병원을 떠났으며, 의료진 중 한 명이 병원 밖에 대피하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해 검문소를 세워둔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이번 군사작전으로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며 "아직 병원 안에 있는 의료진과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수감자 교환을 위한 협상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된 협상에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과 이집트 고위 정보 관리가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13일 회담 후 카이로를 떠났고, 하마스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추가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협상단의 카이로 복귀를 막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이 "하마스의 터널에서 죽어가는 134명 인질의 의도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사형선고"라며 "불미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