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밀고' 우파 '끌고'…그리스, 정교회 국가 첫 동성결혼 법제화

이명동 기자 2024. 2. 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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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는 너무 오랫동안 도시와 그 안의 가족과 사회 환경에 억압된 채 투명 인간으로 지내왔다."

그리스가 정교회 국가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데에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박수를 보냈다.

이달 의회에 올라온 동성결혼 법제화안은 교계의 큰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초타키스 총리의 강력한 의지 아래 중도우파 신민당과 좌파 성향 시리자(SYRIZA)와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KINAL·파속) 등에서 표를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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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찬성 176표·반대 76표·기권 2표로 의회 문턱 넘어서
여당 신민당, 내부 강한 반발에도 野 3당과 '정공법' 돌파
미초타키스 총리 "보수주의와 낡은 관점 혼동하면 안 돼"
[아테네=AP/뉴시스] 동성결혼 법제화를 찬성하는 시민이 15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한 광장에서 법안 지지 시위를 하면서 환호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날 정교회 국가로는 최초로 동성결혼 법제화에 성공했다. 2024.02.16.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동성애자는 너무 오랫동안 도시와 그 안의 가족과 사회 환경에 억압된 채 투명 인간으로 지내왔다."

그리스가 정교회 국가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데에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박수를 보냈다. 거센 내부 반발에도 좌파 정당이 '밀고' 중도우파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 소속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를 '끌은' 덕분이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이날 상정된 법제화안을 찬성 176표, 반대 76표,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전체 의석 300석 중 46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달 의회에 올라온 동성결혼 법제화안은 교계의 큰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초타키스 총리의 강력한 의지 아래 중도우파 신민당과 좌파 성향 시리자(SYRIZA)와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KINAL·파속) 등에서 표를 끌어모았다.

2019년 시리자가 동성결혼 법제화를 내세웠지만 다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이는 좌절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미초타키스 총리가 총선 승리 뒤 이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야당 지지를 끌어냈다.

[아테네=AP/뉴시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15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 의회에서 열린 동성결혼 법제화 관련 의회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날 정교회 국가로는 최초로 동성결혼 법제화에 성공했다. 2024.02.16.


강한 내부 반발에 직면한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 법안이 우리 민주주의의 심각한 불평등을 종식할 것"이라며 "이 법안으로 그리스는 이 조치를 이미 입법한 세계 36개국과 동일 선상에 놓일 것이다. 보수주의와 현대 사회와 맞지 않는 낡은 관점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법안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오늘 입법하는 개혁은 많은 사람의 삶에서 어떤 것도 빼앗아 가지 않으면서도 동료 시민의 삶을 훨씬 더 나아지게 할 것"이라며 "이 법은 동성 연인에게 완전한 친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의회 결정으로 그리스는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세계 최초의 정교회 국가가 됐다. 이번 결정으로 그리스는 세계적으로 37번째, 유럽에서 21번째,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16번째로 동성결혼을 법제화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그리스 정교회 신자가 많은 그리스에서 이번 결정이 이뤄진 점은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이다.

이튿날부터 그리스 시민은 동성 결혼은 물론 동성 부부가 자녀를 입양할 수도 있게 될 계획이다. 자녀가 있는 동성 연인은 부모 권리를 부여받는다.

다만 동성 연인이 결혼한 뒤에 새로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두는 행위는 금지된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시리자 등 3당은 이 지점에서 신민당과 뜻이 다르다. 이들은 결혼한 뒤에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얻는 방안을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입장이다.

[아테네=AP/뉴시스] 동성결혼 법제화를 찬성하는 시민이 15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한 광장에서 법안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날 정교회 국가로는 최초로 동성결혼 법제화에 성공했다. 2024.02.16.


보수 정파와 교계는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 요직을 두루 지낸 안도니스 사마라스 전 그리스 총리는 "동성결혼은 인권이 아니다. 이같이 위험한 법이 도입돼서는 안 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극우성향의 아실리스 스팅가스 스파르타당(Spartans) 대표는 "법안은 지옥과 도착(倒錯)으로 향하는 문을 열 것"이라고 겁을 줬다. 여러 그리스 정교회 주교는 법안에 찬성한 의원을 파문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리스는 2015년부터 '시민 결합' 제도를 통해 이성·동성을 포함한 모든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해 왔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모든 동반자 관계에 자녀 친권·부부 동반 입양 등을 동등하게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번 의결로 그리스 안에서도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인구 약 1100만 명 중 80~90%가 그리스 정교회 신자인 탓에 그리스는 유럽에서도 매우 보수적인 국가로 손꼽힌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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