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러시아의 위성 파괴 무기 개발’ 공식 확인…“심각한 위협”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4. 2. 1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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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배치 되지 않은 개발 중인 무기”
전날 의회 “심각한 안보 위협, 내용 공개하라” 촉구

미국 백악관은 15일 러시아가 ‘위성 파괴용 우주 무기(ASAT)’를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식 확인했다. 미국 국방·안보 관리들은 이날 미 기밀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상·하원 양당 지도부 8명을 뜻하는 ‘갱 오브 에이트’를 소집했다. 이에 앞서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전날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기밀 해제를 요구했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15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협의 구체적인 성격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지만 러시아가 개발 중인 대(對)위성 역량(anti-satellite capabilities)과 관련됐다고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가 이를 현재 운용하거나 배치한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개발 중인 무기와 관련해 “인공위성을 겨냥한 것으로, 미국과 동맹국의 민간통신, 우주 감시, 군사 지휘 및 통제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다”며 “미국은 현재 그런 무기에 대응해 위성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제3차 국가우주위원회(NSC)에서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인공위성을 파괴하거나 그 작동을 방해할 수 있는 대(對)우주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의 우주 자산은 물론이며 상업용 위성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커비 보좌관은 “러시아가 이 특정 역량을 개발하려고 한다는 게 우려되지만, (아직은) 그 누구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은 없다”면서 “사람을 공격하거나 지구상에서 물리적 피해를 주는 무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적절한 시점에 무기에 대한 정보를 더 공개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정보당국이 기밀 해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국가안보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이후 의회에 이를 브리핑하고, 러시아와 직접 대화하며, 동맹국들과 협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는 이 무기가 핵무기나 원자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이 무기가 지상이 아닌 우주에 배치되는 것이라면 러시아도 가입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에 위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1967년 발효하고 미국과 러시아도 서명한 우주 조약은 우주에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우주를 평화적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우주 개발 분야는 첨단 과학 탐사 및 기술 등에 국한되지 않고 점점 군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정보기관 18곳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달 공개한 ‘2023년 미 정보공동체의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팽창을 미국의 첫 번째 위협으로 다룬 바 있다. 보고서는 “중국은 2045년까지 (우주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거나 능가한다는 목표로 세계적 수준의 우주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중국은 몇 가지 분야를 빼고는 (우주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지위를 달성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국과 동맹국 등의 위성을 파괴하기 위한 위성공격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미 전자전 시스템, 지향성 에너지 무기 등의 우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또한 전자파 교란, 사이버 공격, 레이저포 등 우주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커비는 미국이 이러한 무기를 방어할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잠재적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어떤 선택지가 있을 지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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