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는 '막무가내' 선배는 '주춤주춤'…둘로 갈리는 의사단체
박단 대전협회장 '사직'
전공의 '수장' 없는 싸움
단체행동 동력 잃을 수도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책'을 놓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의대생들과 손잡고 총파업 등 강력한 단체 행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했지만 사실상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의사집단 안팎에서 나온다. 전공의들이 한동안 '수장 없는 싸움'을 이어가게 된 데다, 대학병원 소속 교수들은 의대 정원 확대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총파업을 운운했던 선배 의사들이 주춤거리는 새, 후배 의사들(전공의·의대생)이 '집단 휴학'과 '전공의 사직'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선배 의사들이 뒷짐 지는 동안 '총알받이'를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전공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어 '일감'이 많아진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대 증원에 대해 총파업까지 하면서 반대할 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필수의료 담당 A 교수는 "전공의가 부족해 평일 야간 당직, 주말 당직을 전공의 대신 계속 서고 있다"며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에 의대생들이 많이 지원하게끔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책을 병행한다면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필수의료 담당 B 교수는 개원의가 주도하는 의협이 교수들의 입장까지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귀띔했다. B 교수는 "우리처럼 대학병원에서 필수의료를 맡는 교수들은 고되고 힘든 수술을 도맡아도 딱 정해진 월급만 받는데, 개원의들은 비급여 진료로 우리보다 돈을 훨씬 더 많이 버는 경우가 많지 않으냐"며 "의사 수가 많아지는 것을 개원의는 꺼릴 테고, 월급쟁이 교수는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떨어진 동력'은 대전협이 지난 12~13일 진행한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전공의들의 회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압도적인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을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찬반으로 의견이 나뉜 채 팽팽한 논쟁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장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24.02.14.](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2/16/moneytoday/20240216084129453gbsl.jpg)
'선배 의사들'(의협 회원)의 뜨뜻미지근한 대응에 의료계 단체 행동 물결은 '후배 의사들'(의대생·전공의) 사이에서 먼저 일었다. 지방 의대 D 교수는 "의협·대전협 수장들에 문제가 있어 학생부대가 먼저 나선 꼴"이라고 해석했다.
졸지에 수장을 잃게 된 전공의들은 박단 대전협 회장의 사직을 계기로 '릴레이 사직서 제출'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2일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회장은 "전공의 사직서 제출 시기를 2월 말로 하자"고 의견을 냈고,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실제 전공의 사직 행렬이 이미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공공튜브_메디톡)에서 자신을 대전성모병원 인턴이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가 될 예정이라고 소개한 홍재우 인턴은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200명이 넘는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들은 98.3%가 사직 의향이 있으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이를 실행에 옮길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의료계에선 이처럼 의대생·전공의들이 선배 의사들보다 먼저 단체 행동에 돌입하려는 배경에 대해 '현직의 선배 의사들이 주춤거리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주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진료를 거부하면서까지 총파업에 동참했다가 자칫 의사를 기다린 환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의사들이 '진료 시간을 이용한 총파업'을 망설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의협 비대위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반드시 총파업을 해야겠다고 정한 건 아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5일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 전국시도의사회 궐기대회도 대부분은 진료 시간을 피한 오후 7시부터 시작했다.
'운동권 출신'이라고 밝힌 의사 E씨는 "이번에 파업을 어설프게 시작했다간 최악의 자중지란(같은 편끼리 싸움)이 될 것이고, 자기 발에 도끼를 찍는 참사로 끝날 것"이라며 "그래서 선배 의사들이 뒤로 빼는 것 같다. 그래도 이대로 가면 앞날이 뻔한데 전공의들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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