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부의 상징’ 연두색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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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E클래스' 시승 행사에서 차량 번호판에 기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올해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차에 의무화된 '연두색 번호판'을 단 차량이 몇 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법인차가 차량을 구매하면 이를 사업비용으로 신고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사업비용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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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E클래스’ 시승 행사에서 차량 번호판에 기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올해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차에 의무화된 ‘연두색 번호판’을 단 차량이 몇 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된 것은 사적 용도로 사용할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입해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였다. 법인차가 차량을 구매하면 이를 사업비용으로 신고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사업비용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차량 금액 하한선을 정했고, 소급 적용되지도 않으며, 여러 예외까지 만들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단 연두색 번호판 적용을 피하기 위해 미리 법인차를 사두려는 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1억5000만원 넘는 고가 차량은 전년 대비 39.6% 늘어난 3만3999대가 판매됐으며, 이 가운데 법인이 전체의 약 77%를 차지했다.
특히 색이 다른 번호판으로 고가 법인차만 구분하는 제도의 효과가 의문이다. 오히려 별도의 표식을 달아줌으로써 고가 차량을 인증해 주는 일종의 ‘부의 상징’이 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차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연두색 번호판조차 또 다른 과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가 법인차를 눈에 띄게 해 이를 사적으로 쓰지 못하게 막는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사용자가 이조차 의식하지 않고 개인 용도로 쓴다면 그때마다 사사건건 제재하기가 힘들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법인 차량의 가격 상한선을 정해 업무용으로 사치품 성격의 고가 차량을 구입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법인차가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차량일지를 의무 작성하도록 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법인차를 법인차 용도에 맞게 쓰도록 직접 제한하는 방식이다. 볼 때마다 8000만원만 떠오르는 연두색 번호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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