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출신’ 푸틴 의외의 선택에 미국 어질…대체 무슨 말 했길래
러시아 공영방송 출연해 발언
“예측가능한 바이든 선호”
다만 ‘나토 발언’ 사실상 두둔
‘트럼프에 힘 싣는 행보’ 분석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로씨야1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중 누가 러시아에게 더 좋냐’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바이든”이라고 답했다. 그는 “바이든은 더 경험치가 높고, 더 예측가능한 인물이며 전통적인 정치인”이라는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러시아는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어떠한 미국 대통령과도 공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답변은 숱한 추측을 낳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의 멘트가 공개된 시점에 주목했다. FT는 “푸틴의 발언은 바이든이 미 공화당에 ‘트럼프를 거역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지지해달라’면서 트럼프를 향해 ‘러시아 독재자에게 굴복했다’고 말한 뒤 하루 만에 나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 부정적인 말을 한 바이든 대통령을 과연 푸틴 대통령이 지지하겠냐는 의문이다.
로이터는 “푸틴이 미 대선 관련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며 “미국 내 높은 수준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최소 60년래 미국과 러시아 사이 최악의 관계를 고려하면 푸틴의 말은 ‘장난’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진실이라기보다는 미국 내 혼란을 부추기는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다.
실제 푸틴 대통령의 말은 최근 러시아의 태도와 상반되는 것이다. 13일 로이터는 러시아 최고위 소식통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과 물밑 대화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측은 “미국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참여하지 않고는 휴전을 논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며 협상 결렬의 책임을 바이든 행정부에 돌렸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을 사실상 두둔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일부 회원국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는다며 불평하고, 그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더라도 미국은 보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의 관점에서 어느 정도 논리가 있다”며 “그러나 유럽의 관점에서 그의 주장은 전혀 논리가 없으며, 유럽 국가들은 나토 결성 이후 줄곧 미국이 수행해 온 기능을 계속해서 무료로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는 미국의 외교 정책의 도구이기 때문에 미국이 더이상 나토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건 미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나토는 푸틴 대통령이 가장 경계하는 서방의 안보 협력 체계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도 ‘나토의 동진(東進)’이었다.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입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쪽이 이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돈 낭비’를 멈추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탈환과 관계없이 즉각 타협을 통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멈추면 ‘대화’를 하겠다고 재차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바이든 발언’은 ‘푸틴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을 일부 무마하는 효과도 있다. FT는 “트럼프는 자신의 대통령 임기 동안 푸틴에게 너무 동조적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앞서 미 정보당국은 푸틴이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결론낸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냉전 시기 세계 최고의 정보 역량을 갖고 있던 소련(러시아 전신)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엘리트 출신이다. 푸틴 대통령이 국가 지도자들 가운데 특출나게 ‘정보 공작’에 능한 배경이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문제와 관련해 서방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던 지난 2014년 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대화 제스처를 보내다 돌연 크림반도 합병을 발표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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