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쿠바 수교하자 북한은 ‘기시다 방북’ 운 띄웠다
“일 정치적 결단 내리면
총리 평양 방문날 올 수도”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15일 “일본이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하여 부당하게 걸고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대응해 북한이 북-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기시다 총리의 지난 9일 북-일 정상회담 추진 발언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조(북)일관계 문제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평가한 데 대해서도 유의한다”며 “기시다 수상의 이번 발언이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일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일 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며 “지금 북-일 관계 현상에 비춰 봐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그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2019년 이후 대외메시지 발표를 맡아온 김 부부장이 직접 나서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우리 국가지도부는 조(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구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접촉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 발표가 이날 김 부부장 담화 발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대외메시지를 낼 때 김 부부장은 ‘위임에 의해서’라는 전제를 붙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라고 명확하게 밝혀왔는데 이날 담화에서는 “개인적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한쪽 당사자인 북일정상회담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날 담화가 김 국무위원장의 의중과 무관하긴 어렵다.
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5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하자 “불행하게도 새해 정초부터 지진으로 많은 인명 피해와 물질적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신과 당신을 통해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한다”는 내용의 위로 전문을 기시다 총리에게 보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과 정부는 쿠바와의 수교로 한국 외교의 숙원을 풀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쿠바와의 수교는) 한국 외교의 숙원이자 과제였다”며 “쿠바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190여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고 100개국이 넘는 나라가 아바나에 대사관을 운영할 정도로 중남미 거점 국가 중 하나다. 제3세계 외교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의 형제국가’라고 불리는 쿠바와의 수교로, 북한이 외교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부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은) 상당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제사회에서 대북 공조를 할 때 쿠바와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됐다는 의미”라며 “유엔 회원국인 쿠바와도 (북한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거나 필요한 협력을 함께 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중국과 러시아 또한 한-중(1992년), 한-러(1990년) 수교 체결 뒤에도 정치적 사안과 경제·문화적 사안에 따라 남북 사이에서 입장을 달리해왔다”며 “쿠바는 북한과 기존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한국과는 경제적 실리에 맞춘 교류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6s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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