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 다툼, 아시안컵 우승후보 클리스만호 침몰…결국 감독 경질 건의로

이동준 2024. 2. 1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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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과 손흥민. 사진=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 내분 사태의 중심에 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다툼이 논란이 된 가운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이 건의됐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내부 단속도 제대로 하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경질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15일 감독 경질을 건의했다.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과 등을 논의하고,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력강화위는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자문을 목적으로 설치된 기구로 감독 경질을 직접 결정할 권한은 없는 만큼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의견을 축구협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13일 경기인 출신 임원 회의와 이날 전력강화위에서 ‘사령탑 경질 필요성’이 잇달아 제기된 만큼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위원회 이후 브리핑을 열어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위원회의 판단이 있었고,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술 부족 문제가 있었으며, 새선수 발굴과 선수단 관리에도 실패했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이뤘다.

실제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10일 끝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부진 끝에 어렵사리 준결승까지는 올랐으나 7일 열린 요르단과의 4강에서는 유효 슈팅 1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굴욕 끝에 탈락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전술 부재 지적에 대해 일체 부인했으며, 오히려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이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사실상 우승 후보로 거론된 대표팀에서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승리를 향해 뛰어야 했음에도 몸싸움까지 벌어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앞선 14일 영국 더선에 따르면 손흥민의 손가락 골절 부상이 선수단 내 다툼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 보도했다.

주장 손흥민은 요르단전을 앞둔 5일 일부 젊은 선수가 탁구를 치기 위해 저녁 식사를 빨리 마치고 자리를 뜬 것에 불만을 나타냈는데, 손흥민이 쓴소리를 내자 이강인이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짜증을 냈고, 그때 화가 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고 전해진다.

손흥민이 자신의 멱살을 잡자 이강인은 곧바로 주먹질하며 반격했고, 곧바로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달려들어 싸움을 만류했는데 이 상황에서 손흥민이 동료들의 제지를 뿌리치다 손가락 탈골 부상을 입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같은 일이 있은 뒤 한국은 최악의 경기력 끝에 유효 슈팅도 못 날리고 무기력한 패배를 떠안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선수단 내분 논란의 중심인 이강인은 “손흥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강인 측 대리인은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강인이 탁구를 칠 당시에는 고참급 선수들도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도자로서 공백 기간도 길었고, 전술 능력에 의문부호가 달린 채로 태극전사 지휘에 나선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콜롬비아와 친선전(2-2 무승부)을 통해 데뷔한 이후 A매치 5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1992년 A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이래 부임 후 5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한 사령탑은 클린스만 감독이 최초였다.

이후 아시안컵의 막이 올랐지만 클린스만 호의 경기력은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바레인에 3-1 신승을 거둔 한국은 요르단과 2차전에서 2-2로 비기더니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서 3-3 무승부에 그치는 굴욕을 당하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클린스만호는 사우디와 16강에서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고, 호주와 8강전에서도 연장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의 프리킥 결승골이 터지며 2-1로 진땀승을 따내는 등 답답한 모습을 이어갔다.

결국 클린스만호는 4강전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된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슈팅 0개’라는 치욕과 함께 0-2로 맥없이 무너지며 탈락했다.

당시 해외 언론은 한국과 요르단의 전력차와 전적을 언급하며 한국이 요르단을 꺾고 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 6경기에서 10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대회 7실점, 2015·2019년 대회 2실점과 비교하면 매우 큰 부진이다.

이에 AFC는 “10실점은 한국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세 차례 대회에서 실점을 합친 11골에서 한 골만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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