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작전’처럼…‘북한 의식’ 쿠바 요청에 철통 보안 속 진행
쿠바 측 작년 방한해 박진과 만나…설 연휴 중에 급물살
한국과 쿠바 정부가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까지 과정은 ‘007 작전’ 같은 철통 보안 속에 이뤄졌다. 한국시간으로 14일 밤 전격 발표되기 전까지 극소수의 핵심 관계자들만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유엔대표부가 미국 뉴욕에서 외교 공한을 교환한 것은 현지시간으로 14일 오전 8시(한국시간 14일 오후 10시)다. 양측은 교환 후 5분 뒤에 공표하기로 하는 등 분 단위까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전달된 것은 오후 10시27분쯤이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쿠바와 수교하기 위해 지속적 물밑 작업과 외교적 노력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박진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를 3차례 접촉했고, 주멕시코 대사의 쿠바 방문과 실무진의 쿠바 측 접촉도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비밀리에 개최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중요한 모멘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 측의 수교 제의에 쿠바 측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쿠바의 연료저장시설 폭발 피해, 폭우 피해, 식량난 등에 적극 인도적 지원을 하며 비정치적 분야에서 우호 관계를 넓혀왔다. 민간 네트워크를 포함한 접촉도 계속됐다. 지난해 8월쯤 국내 민간 연구기관이 주최한 학술대회를 계기로 쿠바 고위 인사와 학자들이 방한해 박 장관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간 수교 협의는 발표 직전인 지난 설 연휴 기간에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 직전에 쿠바 측이 적극적 의사를 보이면서 연휴 내내 미국 뉴욕 주유엔대표부 창구를 통한 막판 소통이 이뤄졌다. 양국 유엔대표부에서는 황준국 대사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대사를 포함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막판 협의 진행 사실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현장 사진도 외부에 배포하지 않았다.
양국 유엔대표부는 최종 합의에 이른 뒤 각자 본국에 보고했고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한 국내 절차를 밟았다. 한·쿠바 수교안은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의결됐다.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에 착석한 뒤에야 수교안 안건이 적힌 종이를 보고 수교 방침을 인지했으며, 의결이 끝난 후 관련 문서도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막판까지 수교가 극비리에 진행된 배경은 쿠바 측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는 북한과 형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수교 협상 과정이 외부에 자세히 알려질 경우 북한의 방해 공작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철통 보안 속에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 정부는 공식 발표 전 미국 정부에 쿠바와의 수교 수립을 알렸다. 미국이 최우선 동맹국인 데다 여전히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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