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정보·세련된 편집…‘매거진L’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 기대”

박용하 기자 2024. 2. 1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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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월 정기회의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2024년 2월 정기회의를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2024년 2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김춘식 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지원(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박은정(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이승환(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김봉신 위원(여론조사기업 메타보이스(주) 이사)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경향신문에서는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이 함께했다.

회의에서는 신설된 금요일자 라이프 섹션 <매거진L>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정보와 읽을거리를 제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년기획 시리즈 <중도, 그들은 누구인가>는 총선을 앞두고 양극화돼 있는 우리 정치 환경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시의적절한 기획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경향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공동으로 총선 10대 의제를 소개한 <정쟁 말고 정책> 시리즈가 전문가 기고와 기사가 함께 실리며 비중 있게 출발했지만 후반에는 기사가 배제되는 등 힘이 빠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조상식 = 총선을 앞두고 정치 관련 사설이나 칼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2월5일자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언론 보도>는 좋은 관점을 보여주는 칼럼이었다. 이런 의견의 글이 좀 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정치 테러, 정치 혐오와 관련된 사설이 몇개 나왔는데 정치 혐오 조장을 비판하면서도 정치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논조가 포함돼 있어 유감이었다. 현재 교육 분야의 주요 이슈는 초등 늘봄학교와 대학의 무전공 입학이다. 늘봄학교에 대한 기사는 정보 전달과 비판적 분석 모두 이뤄져 이슈를 잘 따라갔다고 본다. 무전공 입학 제도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정책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좋았다. 다만 대학의 규모나 단과대 수 등 천차만별인 현 대학 학사 구조 및 현실적 조건에 비추어 정책적 실효성을 분석한 기사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와 특목고가 존치된다는 기사는 주로 높은 사교육비 문제를 짚는 방향으로 접근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방향도 현재 교육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교육 불평등의 재생산이나 입시 선점 효과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사고·특목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도 필요하다.

이승환 = 올해 신설된 금요일자 별지 섹션 <매거진L>이 매우 좋았다. 문화 뉴스를 좀 다른 방식(잡지식)으로 접할 수 있는 세련된 코너가 많다. 1월12일자 <누가 점심시간을 규정하는가>는 점심시간 결제 관련 카드 데이터 분석 등으로 최근 변화한 사회상을 잘 짚었다. 같은 날자의 <제정신 구독료> <늙으면 왜 사람을 빤히 쳐다볼까요>, 1월19일자 <갓생 권하는 사회>, 2월2일자 <그 많던 ‘하이힐’은 어디로 갔나> 등의 콘텐츠들도 요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담당 기자들의 개성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방식도 고려해봄 직하고 ‘경향TV’ 같은 유튜브 채널에서 콘텐츠를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1월5일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전액 태영건설 지원> 등 태영건설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 관련 내용을 여러 기사에서 상세하게 다뤘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은 태영건설에는 태영 대주주 외에 다른 주주들도 있다는 점이다. SBS 등 알짜 계열사의 매각 등을 거론할 때는 대주주 외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기사가 여럿 나왔다. 이 사안은 은행의 불완전판매도 문제지만 손실이 날 것을 알면서도 투자한 투자자들의 책임과 잘못도 명확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박은정 = 1월9일자 시각장애인 화가 마뉴엘 솔라노 인터뷰 기사 부제에 ‘시각장애 극복하고 세계적 화가 된’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는 명제는 보편화된 지 오래다. 기사에도 대중이 자신의 작품을 호기심이나 동정심으로만 보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자기만의 또 다른 방법들을 찾고 그것들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장애를 극복하고’라는 표현은 쓰지 말았어야 했다. 1월11일자에 서울지하철 4호선의 의자 없는 객실 시범운행을 소개한 <‘의자 없앤 4호선’ 출근길 첫 운행…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시민 안내 늘려야”>는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기사가 작성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아쉬웠다. 1월12일자 <17개 광역지자체 탄녹위에 ‘정의로운 전환’ 당사자 노동계 대표는 단 ‘1명’… 청년도 소수>는 중요한 지적을 1면부터 게재해 의미 있게 다루었다. 2월2일자 1면에 설악산의 서식 환경 악화로 저지대로 내려온 산양 사진을 실었다. 만나기 어렵고 근접 촬영은 더더욱 어려운 산양 사진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사진을 찍는 과정을 소개한 온라인 콘텐츠도 재미있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낙천·낙선 운동을 준비하고 있는데 공직선거법에 관련 독소 조항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선거 시기에 유권자 목소리를 옥죄는 선거법 조항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획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김지원 =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취지도 좋고 재미있는 기획이다. 그런데 살찐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2회는 메시지 자체는 동의하지만 풀어가는 방식이 탄탄하지 못해 아쉬웠다. 기사에서 미디어 속 여성들의 몸이 일반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짚기 위해 한국여성민우회가 2016년 출간한 논문을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 분석된 자료들이 2000년대 초반 드라마 55편이다. 최근 트렌드나 정서와는 차이가 많은 연구여서 이번 기사에 인용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 드라마는 수많은 미디어 중 하나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어 이런 영역까지 폭넓게 접근해 분석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1월22일자 <끈끈한 사제의 정… 폐교 위기서 학생 2배로>는 폐교 위기에 처했던 경기 양주시의 한 초등학교가 교사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학생 수가 크게 늘어 회생했다는 내용의 기사다. 학교를 살린 비법이 교사들의 희생밖에 없다는 것은 답답한 결론이다. 정책적인 면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논란에 대해 꾸준히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중요한 이슈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취재와 보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신지영 = 경향신문과 경실련이 공동으로 총선 10대 의제를 선정해 전문가의 제언과 관련 기사를 내보낸 <정쟁 말고 정책> 시리즈를 관심 있게 봤다. 초반에는 1개 면 전체를 할애해 전문가 기고와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기사는 빠지고 기고만 실렸다. 기획의 배치도 신문 뒤쪽으로 밀리고, 지면 하단에 게재되기도 했다. 전문가 한 명이 3개 기고글을 쓰기도 했다. 기획을 시작할 때는 힘을 주었다가 후반부에 흐지부지된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요즘 QR코드가 첨부된 기사들이 가끔 보인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좋은 시도다. 그런데 일부 QR코드는 링크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세심하게 제작할 필요가 있다. 대학 관련 기사들을 보면 ‘주요 대학’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몇몇 대학이 주요 대학이면 나머지 대학은 비주요 대학이라는 의미가 된다. 대학 서열화 의식을 조장할 수 있는 표현이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제 쪽에서 쓰던 ‘디커플링’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대통령 지지율 떨어지고 ‘한동훈 여당’ 오르고… 당정 디커플링>(1월26일자) 등 정치기사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결별, 분리 등 우리말로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데 굳이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써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곽경란 = 신년기획 <중도, 그들은 누구인가>는 현재 우리 정치 현실에서 중요성이나 필요성 면에서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 이슈를 잘 짚어준 시리즈다. 지금은 굉장히 양극화되어 있는 정치 문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너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중도를 다루는 기획이면서 무당층이나 합리적인 정치 비참여층까지 개념을 섞다 보니 일부 혼선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유권자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겠다. 특히 시리즈 중 2월2일자 <“강성 당원에 찍히면 못 살아남아”… ‘하기 싫은 정치’ 내몰리는 정치인들>은 경향신문만이 쓸 수 있는 기사다. 국민은 정치인들에 대해 ‘왜 저래’라고 생각만 하고 그들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기자가 정치인들을 찾아가 실제 속마음을 기사화해 독자들에게 전달해준 것이 좋았다. 정치인이 강성 팬덤 당원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경선 룰 때문이라는 지적은 정확한 분석이다. 배우 이선균씨 사건 때도 경찰 수사를 중계하는 언론의 문제가 지적됐는데, 성관계 불법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축구선수 황의조씨 사건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이 흘린 수사 경과를 무분별하게 기사화하는 것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김봉신 = <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시리즈는 기존에 없던 정치적 중도 성향자에 대한 방대한 연구여서 흥미롭게 봤다. 최근 정치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양극단화돼 있는 상황에서 진보 및 보수 성향자뿐 아니라 중도 성향자가 중요해졌고, 특히 중도 성향자를 이질적인 집단으로 재분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밝혀 양대 정당에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좋은 기사다. 특히 1월26일자 <자녀가 상대 정당 지지자와 결혼?… 한국 50% 이상 “불편”, 미국 38% “속상”>은 미국보다도 한국에서 감정적 이념 정렬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해 경종을 울려준 것 같다. 다만 중도 성향자의 정치 관심도를 놓고 심판자와 방관자로 나누는 것은 조금 비약이라고 본다. 중도 성향자가 진영 소속감이 없는 유권자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정치뿐 아니라 사회 전반 혹은 경제정책 중에서 자신의 삶과 연관성을 따져 지지세력을 결정하게 된다. 정치 관심도만으로 심판자인지를 따지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얀마 쿠데타 발발 3년을 맞은 현지 르포기사 <미얀마 쿠데타 3년, 메솟을 가다>는 가슴으로 다가오는 기사다. 우리도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겪었던 군사정부와의 투쟁을 현지분들과의 대화로 잔잔하게 소개했는데, 내용이 비장했고 새삼 민주주의의 소중함도 일깨워주었다.

김춘식 = 최근 언론학자들의 고민은 정부의 반민주주의적 행태에 대한 언론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다. 이런 상황은 언론학자들이 공부했던 미디어와 여론의 관계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제 미디어 효과에 대한 텍스트를 다시 써야 될 지경에 이른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여론에 반응하는 정치적 행위를 보는 것인데 그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게 지금 현재 한국 사회다. 이런 상황에서 경향신문이 정보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라이프 섹션 <매거진L>을 신설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매거진L>의 기사는 전통적 기준으로 보면 연성기사다. 예전에는 정치 뉴스 같은 것은 좋은 기사로 보고 연성기사는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기사로 봤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오히려 이런 기사들이 독자들에게 더 잘 읽히고 공감을 얻기 쉽다. 독자들이 이런 기사를 읽고 난 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 <매거진L> 기사 중 1월19일자 <갓생 권하는 사회>에서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갓생’(GOD+인생·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권하는 정책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상황을 유추할 수도 있다. 이런 유연한 기사들을 통해 독자들이 본인 삶의 방식이나 정체성, 세계관 등을 되돌아보고 고민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리 |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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