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로·괴롭힘' 청소노동자 사망에…"서울대, 8600만원 배상"
지난 2021년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청소 일도 과중했는데, 영어와 한자 쓰기 시험까지 치르며 학교 측의 '갑질'에 시달렸다는 논란이 일었죠. 3년 만에 법원이 서울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걸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먼저, 서효정 기자입니다.
[서효정 기자]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모 씨입니다.
빗자루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옵니다.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바닥에 끌면서 옮깁니다.
몇 번에 걸쳐 나르더니 수레에 담아 쓰레기장으로 갑니다.
이씨가 휴게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된 2021년 6월 26일 당일 모습입니다.
이씨는 이렇게 엘리베이터도 없는 기숙사 한 개 동 전체의 청소를 맡았습니다.
여기에 필기시험까지 보게 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학교 건물 이름을 한자로, 자신이 속한 조직을 영어로 쓰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청소하는 건물이 몇 년도에 지어졌는지도 물었습니다.
일이 끝난 뒤 회의를 할 때는 정장에 구두를 신고 오라고도 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청소일과 관련 없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유족은 이씨의 사망에 서울대의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했습니다.
법원은 서울대가 86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씨 업무가 다른 사람과 비교해 과중해 보인다"며 "부담을 줄여주지 않고 방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홍구/숨진 이모 씨 남편 : (이번 판결을 계기로)근로자도 사람이라는, 그냥 '싸구려 부품'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재판부는 또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 스트레스가 기존에 가진 질병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당시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대는 유족에게 직접 사과까지 했었는데, 소송이 시작된 뒤부터는 갑자기 태도를 바꿉니다. 숨진 청소 노동자가 "시험을 오히려 좋아했다"면서 갑질을 한 게 아니라고 발뺌한 건데,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대의 책임이 있다는 걸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서 조해언 기자입니다.
[조해언 기자]
청소 노동자 이씨가 숨진 뒤 당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사과문을 냈습니다.
유족을 직접 만나서 사과도 했습니다.
[오세정/서울대학교 총장 (2021년 8월) : 일단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교육도 실시를 하겠습니다. 서울대 전체의 어떤 조직 문화를 좀 더 반성하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하지만, 소송이 시작되자 서울대는 돌변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서울대가 낸 의견서입니다.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유족을 탓했습니다.
"이씨의 업무강도가 과장됐다"고도 적었습니다.
특히 "필기시험은 서울대에 관한 정보를 전달 하려고 시행한 것"이라며 "이씨가 시험을 오히려 좋아했다"고도 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인정했던 것마저 부인한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서울대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중간 관리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것도 서울대의 책임이라고 봤습니다.
서울대 측은 판결 내용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영상디자인 김윤나 황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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