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조조정 칼바람 분다”…해외 공룡기업 한국지사 대대적 감원에 ‘발칵’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4. 2. 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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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게임공룡’ 구조조정 여파
한국 마케팅 조직 축소 잇따라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구조조정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사들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들 회사의 한국 지사도 인력 감축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엔데믹 이후 게임 시장 성장세둔화가 이어지자 불황 장기화를 대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게임사의 약진, 유사 경쟁작 난립 등으로 업계 전반이 침체된 국내 게임사들도 조직 효율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적 악화에 빠진 회사를 중심으로 비(非)게임 사업 축소, 인력·비용 감축 등에 속도를 높이고 본업인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블리자드코리아는 1차 감원 대상에 오른 구성원들에게 통보를 마쳤다. 이에 따라 약 20여명의 직원이 이달 말일자로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블리자드코리아 직원은 13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식 출시된 게임 ‘디아블로4’의 한국 흥행 저조에 대한 본사 차원의 지적이 나왔고, 국내 마케팅 조직 대부분이 감원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한국 지사 감원에 대해 블리자드코리아 측은 “글로벌 감원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MS 게임 부문 수장인 필 스펜서 최고경영자(CEO)는 내부 공유 이메일에서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를 갖춘 전략과 실행 계획을 조율해 가는 데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과정의 일부로 직원 2만 2000명 중 약 1900명 규모의 인원 감축이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감원은 블리자드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게임사들이 잇달아 대규모 감축을 계획하거나 진행하면서 이들 기업의 한국지사 구성원들에게도 연쇄 충격을 미치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세계적인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운영중인 글로벌 게임사 라이엇게임즈 한국 지사도 최근 감원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라이엇게임즈는 글로벌 차원에서 전체 임직원의 11%에 달하는 인력을 회사에서 내보냈는데 한국 지사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업계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일부 게임사가 연초부터 진행한 구조조정을 두고 “이제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은 개발 조직 외 인력으로 감원 대상이 한정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비주력 지식재산권(IP) 개발 인력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비중견 게임사 뿐 아니라 대형 게임사들도 핵심 인력과 주력사업을 추리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요 게임사들이 지난해 성적표를 모두 받아든 가운데 일부를 제외한 게임사 대부분은 부침을 겪었다. 펄어비스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이 164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164억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컴투스는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손실이 393억원으로 재작년(167억원)과 비교해 적자 폭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올해 신작 성과에 따라 게임사들의 ‘암흑기’ 탈출 여부가 갈리고, 주요 회사들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신작 부재·부진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행 △인건비·마케팅비 증가 등이 리스크 요인이다.

게임사들은 새로운 게임 IP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 하락을 보인 엔씨소프트는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IP를 공격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간 대형 M&A에 보수적이었던 회사 기조를 바꾼 것으로 주목된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금 밸런스가 약 1조9000억원 정도 되고, 부동산이나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도 많다”면서 “(M&A와 관련해서) 현재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고 있는 만큼, 진행 중인 투자의 방향성을 올해는 실질적인 결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대표 캐시카우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데다가, ‘제2의 리니지’가 될 만한 신작 역시 장기간 부재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안팎으로 고조된 상황이다.

크래프톤은 기존 인기 IP를 강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먹거리가 될 신규 IP 발굴에 집중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비용 통제와 신작 개발에 집중하면서 대형 신작 출시가 없었던 크래프톤은 올해 신규 IP 기반 신작 5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소수 지분 투자와 퍼블리싱 계약을 병행하는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전략으로 10곳 이상의 개발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 7분기 연속 영업적자 흐름을 끊은 넷마블 역시 올해 공격적인 신작 출시로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세 회사를 일컫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체제에도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이들 중 2022년 대비 흑자 폭이 늘어난 곳은 넥슨이 유일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크래프톤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넥슨과 함께 한국 게임사 ‘투톱’ 구도를 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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