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조코위 왕조’ 구축 현실화… 차기 부통령에 기브란

이지안 2024. 2. 1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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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승리는 자신의 당선을 '조코 위도도 3선'처럼 보이게 한 결과다."

조코위 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장남을 부통령 후보로 삼은 프라보워 후보가 승리하면서 인구 기준 세계 3위 민주주의 대국인 인도네시아에 '조코위 왕조'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조기집계 결과 59%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을 얻은 프라보워 후보는 자카르타 중부 스나얀의 한 체육관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조코위 대통령의 이름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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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조기집계 결과 과반 득표율
선거법 규정 바꿔가며 편법 출마
2029년 대선 겨냥 ‘수습기간’ 관측
차남도 작년부터 정치활동 시작
대선 승리 선언한 프라보워 후보
조코위 현 대통령 정책 계승 공언
‘중립외교’ 노선까지 고수할 전망

“그의 승리는 자신의 당선을 ‘조코 위도도 3선’처럼 보이게 한 결과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표본 집계 결과 당선이 확실시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후보의 승리 요인을 미국 외교협회(CFR)는 이렇게 분석했다.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선언을 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왼쪽)가 러닝메이트이자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자카르타의 행사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자카르타=로이터연합뉴스
조코위 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장남을 부통령 후보로 삼은 프라보워 후보가 승리하면서 인구 기준 세계 3위 민주주의 대국인 인도네시아에 ‘조코위 왕조’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조기집계 결과 59%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을 얻은 프라보워 후보는 자카르타 중부 스나얀의 한 체육관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조코위 대통령의 이름을 외쳤다. ‘정적’에서 정치적 동반자가 된 그들의 관계가 이제는 선왕과 그 후계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프라보워 후보는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그는 지난 1월 선거 유세 연설에서 “조코위의 비전은 나의 비전과 같다”고 말했다. 수도 이전 정책과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니켈 등 원광 수출금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수도 자카르타가 해수면 상승과 지반침하 현상으로 가라앉고 있어 보르네오섬의 칼리만탄 지역에 새 행정수도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 지위를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목표로 해외 기업에 니켈 원광의 가공까지 현지에서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선언을 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보고르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프라보워 후보는 조코위의 ‘중립외교’ 노선까지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는 냉전 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비동맹 중립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국적 군사훈련에도 미국과 중국 모두를 초청한다. 또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영유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밀착시켜왔다.

무엇보다 조코위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가 차기 부통령에 오르게 되면서 이번 대선이 사실상 조코위 왕조의 ‘대관식’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버지에 이어 수라카르타 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기브란은 ‘만 40세 이상만 대통령·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선거법 규정상 이번 대선에 출마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의 고모부이자 조코위의 매제가 소장으로 있던 헌법재판소가 조코위 지지자들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자는 연령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출마길이 열렸다.

앞서 요에스 케나와스 인도네시아 아트마자야대 연구원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조코위의 진짜 목표는 아들의 2029년 대선 출마로, 기브란의 부통령직은 이를 위한 수습 기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코위의 차남 카에상 팡아릅도 지난해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외식업에 종사 중이던 카에상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연대당(PIS)의 당대표 자리에 올랐고, 오는 11월 지자체장 선거에 나설 계획이다.
자카르타 중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의 대선 유세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는 대를 이어 정치권에 입성하는 가문이 흔하다.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역임했고, 2대 대통령이자 32년 동안 집권한 수하르토 역시 자신의 장남에게 내각 장관을 맡긴 바 있다.

프라보워 후보가 취임하면 한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그는 2019년 국방부 장관에 오르자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한국과 진행하던 KF-21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 분담금 지급을 중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여전히 약 1조원을 연체 중이다.

최종 선거 결과는 다음달 20일쯤 발표된다. 프라보워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오는 10월 20일 5년 임기의 인도네시아 8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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