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데려오자는 건설사들, 안전·품질 확보할 대책 있나

한겨레 2024. 2. 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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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왜냐면] 김용학 |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 부회장

올해 건설현장에 17만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건설사들은 내국인이 건설현장에서 일하려 하지 않으니 외국 인력을 데려오게 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를 연일 압박한다. 그러면서도 부족하다는 인력이 조력공인지, 기능공인지, 숙련기능공인지, 숙련기술자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이러니 현장에서는 어떤 인력을 들여오겠다는 것인지 모른다. 대상을 특정해야 이들을 어디서, 어떻게 데려오고, 필요한 교육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현장에 배치할 것인지 알 수 있을 텐데 구체적인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다. 무조건 현장에 인력이 부족하니 다른 나라에서 싼 인력을 데려오자는 주장으로 보인다.

건설현장에서 조력공은 일반적으로 관리자(팀 반장)의 지시를 받고 기능공에게 필요한 자재를 준비해주는 인력을 말한다. 기능공은 관리자의 통제 아래 공정을 수행하는 인력이고, 숙련기능공은 관리자의 지시나 감독 없이 자신의 직종은 물론 선행 공정의 잘못에 대처할 수 있고 후행 공정에 지장을 주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고, 숙련기술자는 숙련 기능과 이론적 지식을 갖추고 자신의 직종에서 안전 품질을 위한 지휘 감독과 교육을 할 수 있는 인력이다.

지금 건설현장에서는 이들 가운데 기능공 부족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조력공은 어떻게라도 수급할 수 있는데 실제 생산물을 생산해 내는 기능공의 수급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에서 부족하다고 말하는 인력은 대부분 기능공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급받은 외국 인력 대부분이 기능공에 미치지 못한다. 기능이 있다고 해도 내국인 기능공의 흉내나 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외국 인력을 들여오는 것은 내국인 기능공 한 명이 화장실 타일 한 칸을 붙일 때, 외국인 두 명이면 붙이겠지 하는 속내가 있어서다. 예를 들어 품값 30만원인 내국인 한 명 대신 품값 10만원인 외국인 두 명을 쓴다는 계산이다. 이것은 건설사들이 이윤을 먼저 생각하고 품질을 우선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급받은 외국 인력은 전문건설사로부터 불법 하도급을 받은 개인 이사들에게 넘어가 ‘칸 떼기’(한 칸 마감하는 금액으로 정함) ‘품 떼기’(일정량을 품 수로 정함)에 동원된다. 이렇게 내국인의 빈자리를 외국 인력이 채우면서 내국인은 점점 더 밀려나게 된다. 그에 따라 외국 인력의 위상은 올라가고, 이제 이들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결국 품값은 똑같이 30만원이 된다.

품질은 어떤가. ‘칸 떼기’ ‘품 떼기’의 생산물은 하자투성이다. 현재 입주자 사전 점검에서 확인하는 것처럼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내국인이 시공했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던 부분들이 외국 인력이 현장에 배치되고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애초에 외국 인력들에 견실시공이라는 품질을 주문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을 수 있다. 이들이 건설현장에 발을 디디면서 맡은 임무는 싸게 물량 해치우는 일이었지 정성을 다해 품질을 높이는 시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품값도 내리지 못하고 품질도 놓쳐 버린 게 우리 건설현장의 오늘이다. 그런데 이런 우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다시 하자고 한다면 그걸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까.

건설현장에 내국인 인력이 부족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까이 일본도 그렇고 미국과 호주는 더 심하다. 3디(D),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으로 대표되는 건설업이 갖는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젊고 유능한 기능 인력을 수급해야 함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어떤 인력을 들여와 어느 곳에 배치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외국 인력들이 돈만 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산업 발전에 기여할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

동남아시아와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우리나라 건설현장에 오기를 선호한다고 한다. 일본보다 인건비가 높고 진입 허들도 낮아서 돈 벌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만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현장에 타일공이 부족하면 타일 붙이는 기능이 있는 인력을 데려와 한국의 건설문화와 타일 시공 교육을 받게 한 뒤 현장에 배치하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또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생산과정의 이력을 담을 시스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건설사의 요구나 주장이 견실 시공 등 건설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저 기업의 민원을 받아 해결해 주는 민원창구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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