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전공의·개원의 일제히 실력행사… 의정 '의대증원 충돌' 본격화

박지영 2024. 2. 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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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회장 "소송 위험·과도한 근무로 사직"
전국 40곳 의대생은 만장일치 동맹휴학 결의
의협 시도별 동시다발 증원 반대 집회 나서 
복지부 "비대면진료·PA간호사 확대" 맞대응
15일 서울 한 병원의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들이 일제히 집단행동의 시동을 걸면서 의정 충돌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전국 40개 의대를 망라한 의대생단체는 동맹휴학을 결의했고, 개원의가 주축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시도별로 집회를 열었다. 파업 참여 시 가장 위력이 크다고 평가되는 전공의 단체는 회장의 사직 선언으로 연쇄적 동조 사직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공백이 현실화하면 비대면진료 확대, 진료보조(PA)간호사 활용 등 의사들이 거부하는 정책을 시행할 뜻을 밝히며 즉각 반격했다.


전공의 회장 사직... 집단행동 가이드라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15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달 2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30일간 근무한 뒤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대 증원과 관련된 내용을 거론하지 않은 채 "죽음을 마주하며 쌓이는 우울감, 의료소송 두려움, 과도한 근무시간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며 사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부디 집단행동은 하지 말아달라"면서도 "동료 선생들의 자유 의사를 응원한다"고 적었다.

박 회장의 사직 선언을 두고 필수의료(응급의학과) 전공의로서 개인적 고충이 컸을 거라는 해석 한편으로, 대전협 내부에서 유력한 투쟁 전략으로 거론된 '개별적 사직'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쇄 사직으로 정부를 압박하면서도, 철저히 개인적 선택으로 병원을 그만두는 모양새를 취해 복지부의 집단행동·집단사직서수리 금지명령을 우회하자는 묵시적 제안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이 미수리 사직서도 제출 한 달 뒤부터는 효력이 생긴다는 민법 조항을 들어 '30일간 근무' 계획을 밝히는 등 사직 일정을 자세히 설명한 것도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 겸 보건복지부 2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의대생은 휴학 결의, 개원의는 전국 동시 집회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을 결의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5일 성명을 내고 "총회에서 40개 단위(의대) 모두 단체행동 필요성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며 "의대생들을 상대로 현안에 대한 인식과 동맹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수일 내 최종 의결을 거쳐 동맹휴학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림대 의대 4학년들은 일찌감치 동맹휴학을 선언했다. 한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비시위)는 이날 "의학과(본과) 4학년 학생들이 만장일치로 휴학을 결의했다"며 조만간 휴학계를 걷어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전문가 의견을 묵살한 의료개악이 현실화되면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충청북도의사회가 15일 국민의힘 충북도당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1

의협 산하 시도의사회는 이날 각 지역에서 점심시간이나 진료를 마친 늦은 오후에 의대 증원을 비판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오후 7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지난 7일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결의한 이후 처음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의협은 16일까지 비대위원 구성을 마친 뒤 17일 회의를 열고 투쟁 방안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의사들 기피 정책 꺼내 든 복지부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이 동시다발로 실력행사에 나서자 복지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박민수 2차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 후 브리핑을 갖고 "의료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비대면진료를 전면 시행하고 PA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 릴레이 사직 가능성에 "집단행동금지명령을 회피하려는 투쟁 수단일 수 있다"며 "개별적인 형태로 사직서를 제출해도 집단행동에 해당하며 병원 운영에 타격을 준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저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회장의 사직 선언에 대해 "필수의료 의사로서 겪은 어려움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뜻을 바꿔 병원으로 돌아오길 부탁드린다"며 유화적 입장도 냈다.

의대생 동맹휴학 추진에 박 차관은 "의대생은 아직 의료인이 아니라 의료법 적용(집단행동금지명령)을 받지 않는다"면서도 "교육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이날 모든 의대에 "학생들의 휴학 신청에 대해 대학별 학칙에 따른 절차와 요건을 충족했는지 명확히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대학별로 요건에 맞지 않는 휴학 신청은 반려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만큼, 이를 집단휴학 방지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걸로 풀이된다.

박 차관은 의학교육 질 저하 우려에 대해선 "1980년대 주요 의대의 개별 정원은 지금보다 많았다"며 "서울대, 부산대 등의 현재 정원은 40년 전의 절반 수준이지만 교수 수는 훨씬 늘어났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며 "의협에서 제안한 TV토론 등 의료계와 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전공의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할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니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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