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국 문화재단 대표 내정자, '블랙리스트 관여' 어디까지 이뤄졌나

곽우석 기자 2024. 2. 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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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위법 행위 지시·방조·묵인 정황…"경징계 이상 '징계처분'" 요구
세종문화관광재단 신임 대표로 내정된 박영국씨. 사진=연합뉴스

세종문화관광재단 신임 대표 임용 예정자인 박영국(60)씨가 과거 문화체육관광부 재직 당시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단 대표이사로서 임명 적정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시의회는 "박 내정자가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줄 세우고, 정치 편향을 이유로 낙인찍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불이익을 줬다"는 점을 들어 최민호 시장이 벌인 '인사 참극'으로 규정했다.

이로 인해 박 내정자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어떤 일을 했고,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15일 감사원이 과거 발표한 감사자료(2017년)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사건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여간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박 내정자는 △2014년 1월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 저작권정책관 △2014년 10월 문화콘텐츠산업실 콘텐츠정책관 △2015년 3월-2016년 해외문화홍보원장 △2016년 4월-11월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을 역임했다.

감사원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난 이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대한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부당 지원배제' 감사를 한 뒤 문체부에 '주의 요구' 조치를 내렸다.

감사 자료에 박 내정자 이름은 총 14차례 거론된다. 상부로부터 지시받은 상당수 위법한 행위에 대해 '지시', '방조', '묵인' 등의 행위를 통해 블랙리스트 시행에 적잖이 가담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특히 △예술 관련 문예기금 지원사업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부당 지원배제 △영화 관련 영화기금 지원사업의 특정 전용관 부당 지원배제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부당한 업무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지난 14일 신임 대표이사 임명동의안을 의결했다. 사진=세종시 제공

우선 2016년 초순쯤 문예위 문예기금 지원대상 등 부당 배제와 관련, 공연예술스태프 지원사업에 영향력을 끼쳤다. 문화예술정책실장을 맡아 문화예술 분야 정책 전반을 총괄하던 때다.

박 내정자는 문화체육비서관실로부터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배제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받아 문예위 등 산하기관에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하고 있는 사실을 부하 직원으로부터 보고받아 알면서도, 부하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도록 하지 않아 지원배제 지시가 이행되도록 했다.

또 문화체육비서관실의 지원배제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문예위의 '공연예술스태프 지원사업'에 지원 신청한 316개 단체 중 특정 사단법인 등 36개 문화예술단체명을 문예위(사무처)에 유선으로 알려주면서 지원배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 지시에 따라 문예위가 기초공연예술활성화 지원사업 신청단체 중 특정 사단법인 등 19개 단체를 지원 배제되도록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원배제 지시 이행을 중지토록 하지 않아 문예위 심의위원 후보자를 선정배제(47명)하거나, 문예위 등 산하기관 공모 지원사업 등에 신청한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 배제(59개)함으로써 총 106건이 선정·지원에서 배제됐다.

이에 따라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등이 문화적 표현과 문화예술활동의 지원·참여가 차별받고, 문예위 등의 직무상 독립성이 훼손됐으며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저해됐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이와 함께 '영화 관련 영화기금 지원사업의 특정 전용관 등 부당 지원배제'에도 묵시적으로 가담했다. 콘텐츠정책관을 맡아 콘텐츠 분야 정책 전반 등을 총괄하면서 영진위를 지도·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때였다.

그는 2014년 10월 중순 및 2015년 1월 말경 문체부 직원들로부터 특정 영화를 상영한 전용관 지원배제 및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삭감 등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지시를 거부하도록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문체부는 영진위(사무국)에 문화체육비서관실의 지시내용을 전달해 이행토록 했다. 이에 따라 영진위는 특정사들을 '2015년도 전용관 운영 지원사업'에서 지원배제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의 '2015년도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 지원금을 2014년 대비 45% (14억6000만 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감액) 삭감했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지난 14일 신임 대표이사 임명동의안을 의결했다. 사진=세종시 제공

감사원은 박 내정자에 대해 이 같은 위법 행위와 함께 대통령 순방계기 문화행사 대행업체 등 선정 및 정산 부당처리 관련 위법·부당행위를 함께 고려, 경징계 이상의 '징계처분'을 내릴 것을 문체부에 요구했다.

이런 총체적 의혹들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 대해 세종시는 "박 내정자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면 감사원의 강도 높은 감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사업기관의 수사·재판을 거쳐 확정된 중징계 처분과 법적 책임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며 "박 내정자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시의회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영국 내정자도 15일 입장문을 통해 "시의회 의장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시해 제 명예를 훼손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저는 (시의장) 논평에서 표현하듯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주도자'가 아니고, 작성에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조사과정 어디에도 제가 '주도자'라거나, 작성했다고 명기되거나 표현돼 있지 않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박 임용예정자의 임명철회와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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