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수교, 사회주의권 외교 완결판"… 北 '한중 수교급' 충격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4. 2.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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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쿠바 수교 막전막후
韓, 중남미에 새 외교거점 확보
글로벌 중추국가 지평 더 넓혀
北, 뉴스서 쿠바 빼는등 불쾌감
北반발 가능성에 극비리 협상
국무회의서도 '철통보안' 당부
수교발표 12시간 전 美에 통보

정부가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 협상을 통해 지난 14일 밤 쿠바와 전격 수교하며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한국은 한·쿠바 수교로 20년 이상 공들인 쿠바와 외교관계 수립을 끌어내며 중남미에 새로운 외교·경제협력의 거점을 확보하는 이정표도 세웠다. 북한은 '형제국' 쿠바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고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가장 큰 외교적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15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쿠바와 수교하며 우리나라는 중남미 모든 국가와 수교하게 됐다"면서 "중남미 외교, 나아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 지평이 더 확대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쿠바와의 수교는 한국의 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평양 주재 외교단 관련 뉴스를 보도하며 이례적으로 쿠바를 일절 거론하지 않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82회 생일에 즈음해 전날 열린 외교단 경축 행사 기사에서 쿠바를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날 외교단 연회 소식에서 쿠바를 제외했다.

지난해부터 대북 제재와 자금난으로 해외 주재 공관을 잇따라 철수시키고 있는 북한은 한·쿠바 수교로 또 한번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한국은 냉전 종식 이후 20년 이상 꾸준히 쿠바의 문을 두드렸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에 정식으로 수교를 제안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도 영사관계 수립 가능성을 타진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 지평을 완성하려는 한국과 경제난 속에서 활로를 찾던 쿠바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수교 논의가 본격화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세 차례 접촉했다. 현지에서는 멕시코 주재 대사가 쿠바로 날아가 수교 협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쿠바에서 2022년 발생한 연료저장시설 폭발 사고와 작년 폭우 피해 당시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며 현지 정부와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수교 협의는 발표 직전인 지난 설 연휴 기간에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 직전 쿠바 측이 결정적인 시그널을 보냈고, 양측은 미국 뉴욕의 유엔 주재 대표부를 통해 철저한 보안 속에 논의를 진행해 합의에 이르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수교 협상 진행 상황을 소상히 보고받고 있었고, 최종 결정이 합의된 것이 연휴 기간이라 전화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설 연휴 다음 날인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한·쿠바 수교안을 비공개 즉석 안건으로 처리하며 막판까지 보안을 유지했다. 장관들에게 '절대 보안'을 신신당부했다는 후문이다.

한국과 쿠바 양측은 수교 사실을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발표 시간을 '분 단위'로 세심하게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도 외부에 배포하지 않았다. 정부는 미국에도 쿠바와 수교를 맺었다고 발표하기 12시간 전에야 관련 사실을 공식 통보했을 정도로 보안을 강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통해 중장기 경제적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쿠바는 최근 수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최대 외화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테러지원국으로 유지돼 실질적 변화가 크지 않다. 한국은 이번 수교로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와 우리 기업의 진출 확대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쿠바에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 교류와 꾸준히 지속돼온 한국의 쿠바 여행 수요도 양국 수교를 계기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상주공관 개설 등 쿠바 당국과 수교 관련 후속조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쿠바 수도 아바나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무소만 개설돼 있어 경제협력 업무를 주로 다루다 보니 영사 업무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주공관이 개설되면 양국 방문비자 발급이 수월해지고, 현지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체계적인 영사 조력과 쿠바 유관당국의 협조 요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 박대의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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