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왜 다시 트럼프인가
바이든 정부 경제활황 불구
표심은 "트럼프 때 정책 덕분"
거칠지만 과감한 리더십 갈망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조 바이든과의 리턴 매치를 기정사실화했다. 두 번째 예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것이니 그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폭발적 수준이라 하겠다. 국회의사당 난입을 주도한 혐의로 법정에 서고 있지만 아무도 트럼프의 부활을 의심하지 않는 이유다.
트럼프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는 재임기간 중 그가 보인 과감한 정책적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2017년 취임하자마자 중국에 관세율 폭탄을 안기고 각종 무역규제 카드를 내밀었다. 목소리를 높인 지도자는 많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면 미국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주저했던 일이었다. 그는 재임기간 내내 중국을 압박했고 보호무역 기조는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졌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멕시코와 맞닿은 남서부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웠다. 불법 이민자를 즉각 추방했고 가족을 강제 격리시키는 조치도 서슴지 않았다. 외국에서 유입되는 노동력을 차단한 결과 물가가 올랐지만 실업률은 높아지지 않았고 미국 경제는 강한 모습을 유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는 트럼프에 비해 나쁘지 않다. 취임 후 3년 동안 트럼프 시절은 국내총생산(GDP)이 14% 성장하고 일자리가 월평균 17만개 늘었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는 GDP가 22% 성장했고 일자리는 월평균 40만개나 늘어났다. 또 최근 미국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그런데도 바이든의 인기가 시들한 것은 미국 경제의 든든함이 트럼프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은 데 기인한다. 지난달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정책이 바이든의 정책보다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두 배가 넘었다.
일본 또한 전임 정부의 과감한 정책 덕분에 경제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본은 무려 25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률이 한국을 넘어섰고, 닛케이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러한 경제 성과를 자신의 업적으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전임 아베 신조 총리의 정책 유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위 무제한 통화 완화를 통한 엔저 유도, 확장적 재정정책, 민간투자 활성화 등 세 가지 화살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의 힘이라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당시 아베 총리의 결단이 녹록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엔저에 반대하는 미국을 설득해야 했고,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반론이 많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과감한 결단과 지속적인 추진력으로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인 아베 총리가 오늘날 새삼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과감한 정책적 결단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후대에 발현된 사례를 많이 경험했다. DJ 정부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정책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좋은 사례다. 아쉬운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러한 통 큰 정책적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은 난무하지만 저출산, 인구 고령화, 성장 잠재력 하락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적 결단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노동, 교육, 연금개혁을 3년 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이 사실상 폐기 상태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트럼프는 다시 대통령이 되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집단 수용시설을 지어 노숙자의 재생을 유도하고 도시를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절실한 과제지만 인권을 중시하는 여론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지지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정치적 반발이 있더라도 미국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정책을 제시하는 트럼프와 같은 리더십을 왜 우리는 볼 수 없는지 아쉽기만 하다.
[최광해 칼럼니스트·전 국제통화기금 대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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