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잘 나가는 이유… 윌로우 효과? 레이나 효과![발리볼 비키니]
배구에서 랠리는 기본적으로 서브 → 리시브 → 세트(토스) → 공격 → (블로킹, 디그…) → 득점으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에서 그런 것처럼 배구에서도 득점력이 좋은 선수가 가장 주목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프로배구 기사에 ‘양 팀을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 같은 표현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반면 ‘가장 세트가 많았던’ 혹은 ‘가장 상대 서브를 많이 받은’ 같은 표현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세트가 많았던’에 해당하는 선수는 어차피 양 팀 세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상대 서브를 많이 받은 선수’가 가장 과소 평가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리시브 점유율은 지아(42.1%)보다 상대 서브를 142번(2위) 받은 흥국생명 레이나(25·일본·54.4%)가 더 높습니다.
5라운드 들어 리시브 점유율이 50% 이상인 그러니까 상대 서브를 절반 이상 받아낸 여자부 선수는 레이나뿐입니다.
레이나는 4라운드까지 14.5%였던 공격 점유율도 5라운드 들어 27.7%까지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레이나는 5라운드 들어 치른 네 경기에서 공격을 139번 시도했습니다.
오퍼짓 스파이커로 상대 서브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같은 팀 윌로우(26·미국·141번)도 레이나보다 공격을 두 번 더 시도했을 뿐입니다.
5라운드 들어 여자부에서 이 두 점유율을 합쳐 이보다 높은 기록을 남긴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에는 레이나가 여자부에서 ‘가장 바쁜’ 선수인 셈입니다.
물론 그저 바쁘기만 하다고 팀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레이나는 5라운드 들어 공격 효율 0.388을 기록하면서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29·미국·0.416)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리시브 효율 25.3%는 좋은 기록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레이나는 이 기간 리시브 후에 바로 공격했을 때 효율 0.480을 남겼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공격을 15번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 레이나보다 공격 효율이 좋은 건 지아(0.480) 한 명뿐입니다.
레이나는 1~4라운드 때는 같은 상황에서 공격 효율 0.300에 그친 선수였습니다.
레이나가 이렇게 살아나면서 ‘배구 여제’ 김연경(36)의 어깨가 가벼워졌습니다.
김연경은 1~4라운드 때는 리시브를 받았을 때 6번 중 1번은 본인이 공격까지 책임져야 했지만 5라운드 들어서는 17번 중 한 번으로 부담이 줄었습니다.
동시에 김연경을 비롯해 팀원이 믿고 기다려줬기에 레이나도 기량을 꽃피울 수 있었을 겁니다.
김연경을 ‘착한 언니’라고 표현하는 레이나는 “배구를 할 때는 잘하면 칭찬해주고, 실수는 할 때도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해줘서 도움이 된다. 코트 바깥에서도 선수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게 많이 도와준다”며 고마워했습니다.
‘하이큐’에서 다나카 류노스케(田中龍之介)는 첫 연습 경기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후배 히나타 쇼요(日向翔陽)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못 해도 돼! 민폐 팍팍 끼쳐! 그런 걸 덮어주려고 팀이 있고 선배가 있는 거다!”
그리고 선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본인부터 일단 ‘예쁜 후배’가 되어야 합니다.
흥국생명은 ‘거함’ 현대건설을 무너뜨린 지 사흘 만인 15일 IBK기업은행를 상대로 5연승에 도전합니다.
상대 팀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보다 이틀을 더 쉰 상황.
이럴 때일수록 코트 위에서 더욱 바쁘게 뛰는 후배가 있을 때 선배들도 힘을 내게 마련입니다.
거꾸로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물리치려면 레이나를 흔드는 게 중요합니다.
과연 레이나가 또 한 번 승리를 안기는 ‘승리 요정’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IBK기업은행이 드디어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게 될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강인 측 “손흥민 얼굴에 주먹질? 사실과 달라…탁구는 고참들도”
- 이스라엘 “다친 알자지라 기자, 알고 보니 하마스 부사령관”
- 원희룡, 이재명과 맞대결…與, 안철수·방문규 등 25명 단수공천
- “7개 훔쳐가”…女사우나에서 사라진 50만원짜리 드라이어 [e글e글]
- ‘탁구 재밌게 쳤니?’ 댓글에…오현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해” 발끈
- 지하철 좌석에 콧물 묻히고 양반다리…지하철 민폐녀 논란
- 조국 “원내 3당으로…민주당과 연합? 국민 뜻 따를 것”
- 대구서 흉기 휘둘러 아버지 숨지게 한 30대 아들 검거
- 딸 졸업식 가려 연장근무 아빠, 귀갓길 교통사고 돕다 화물차에 참변
-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징역 8년 선고에 친모·검찰 모두 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