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에 밀렸나' 전공의 대표 석연찮은 퇴장…대전협 내부 총질?
총회서 소극적 발언 논란…전공의들 불만 폭주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맞서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대한전문의협회(대전협)가 박단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 표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대전협 비대위원장까지 맡았던 그가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부터가 석연치 않다. 박 회장의 사퇴로 구심점을 잃은 전공의들의 투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는 잃어버린 안녕과 행복을 되찾고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며 "2월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바, 이후에는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어 3월 20일까지만 회장 업무를 수행하게 됨을 공지드린다"면서도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 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전공의들은 '항복소식'이나 다름이 없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박 회장이 SNS에 글을 올리고 5일 후에나 사직서를 제출하고, 또 여기서 한 달이 지나서야 실제로 병원을 관두게 되기 때문이다.
한 정형외과 전공의는 "업무개시명령이 없는데 당장 집단행동에 돌입하지 않고, 한 달 동안 더 일하고 나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3월 중순이면 이미 교육부에서 각 의대별로 인원 배정을 진행하고 있을 때다. 시기상으로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한 신경과 전공의는 "3월20일 (사직서 제출은) 항복선언이나 마찬가지다"며 "(대전협과 관계없이) 개별행동을 하겠다"고 적었다.
지난 12일 열린 대전협 대의원 임시총회에서도 박 회장은 집단행동을 빨리 진행하는 것을 반대하고, 총파업 등 집단행동의 데드라인을 총선 2~3주 전인 3월 말로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신규로 입사하는 인턴들이 곧바로 지원을 거부하지 말고, 수련계획서를 작성한 후 사직서를 쓰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총회에서는 박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안건만 통과됐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대다수 대의원들은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즉시 돌입하자는 주장을 폈다. 한 대의원은 "이미 (우리) 병원은 사직서를 다 제출했다"며 "지금 (우리) 병원 분위기는 불같이 들끓어서 내일이라도 다 때려치우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냥 다같이 내일이라도 때려치우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의 결단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회 이틀 뒤 뉴스1 보도를 통해 박 회장이 총회에서 집단행동 등 구체적인 투쟁방침을 정하지 못했다는 등 임총 회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 내용은 전공의 회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전공의 회원들은 박 회장에게 비대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회장은 신중론을 펼치며, 다음주 주말 쯤 회의를 잡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에 지원한 전공의가 많지 않고, 비대위 의결을 위해서는 일주일 전 고지를 한 후 오프라인 총회를 열어야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같은 결정을 두고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좀 더 일찍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다만 이에대해 박 회장은 내부 공지를 통해 "정족수 등 관계없이 의견 교류를 위해 온라인 회의는 가능하나, 무엇을 목적으로 할 지는 의문"이라며 "리스크만 크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수도권 소재의 내과 전공의도 "전공의 대표는 정부와 협상을 하고, 전공의들을 설득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하루하루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는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없어서, 오히려 전공의들이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공의들 내부에서는 박 회장의 사퇴 후 서둘러 조직을 재정비해, 집단행동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처음에는 투쟁의 선봉에서 적절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조금씩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파업 전 지금 시기에 사퇴를 하는 게 본인과 전공의 집단을 위해, 대전협 정비 차원에서 맞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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