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와인의 역사

장윤서 기자 2024. 2. 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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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은 빈 와인병 속에 유황 초를 넣고 태우면 식초 냄새를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와인에 이산화황을 방부제로 첨가했다.

와인은 고대 이집트와 로마제국을 거쳐 오늘날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발효주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와인이 영적인 상징이자 사치와 계급의 상징이었다.

오래된 병에서 떼어낸 인기 많은 라벨을 옮겨 붙여 오래된 와인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위조 행위는 지금뿐 아니라 고대 이래 성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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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와 분자생물학자가 와인을 놓고 나누는 색다른 대화
와인의 역사./한울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은 빈 와인병 속에 유황 초를 넣고 태우면 식초 냄새를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와인에 이산화황을 방부제로 첨가했다. 이때부터 와인은 오래 보존이 가능한 상품이 됐고, 세금이 매겨졌다. 로마의 관리들은 와인으로 인맥을 공고히했고, 제국의 변방을 위협하는 야만인에게 로비했다. 와인은 고대 이집트와 로마제국을 거쳐 오늘날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발효주다. 사치와 계급 또는 문화의 상징이었던 시대를 지나 와인은 이제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이 됐다.

인류학자인 이언 태터솔과 분자생물학자 롭 디샐이 미국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일하며 대화를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쓴 신간 ‘와인의 역사’는 화학, 분자유전학, 고생물학, 생태학, 고고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토대로 와인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 책은 와인의 발상지부터 소개한다. 와인의 뿌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핵폭탄 공격이 발생할 경우 주민을 대피시킬 곳을 발견한 아르메니아의 아레니-1 유적은 발효된 포도 음료에 대한 인류의 열망을 보여준다. 이곳은 공동묘지 안에 위치해 장례 의례에 발효된 음료가 사용되었음을 알려주는 첫 사례가 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와인이 영적인 상징이자 사치와 계급의 상징이었다. 부유한 사람이 죽으면 미라가 되기 전에 모두 와인으로 몸을 닦고, 묘지에 훌륭한 와인과 함께 묻히는 것이 당연했다.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해 지중해 질서의 주인이 된 로마제국에서는 포도 재배뿐 아니라 증식, 관개, 가지치기, 포도숙성까지 정리한 와인 재배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로마제국이 만든 해로와 육로를 통해 와인은 세계로 퍼져 나갔다.

와인 생산의 원리는 과학을 바탕으로 이해해야 한다. 나무 위에서 살던 우리의 조상은 자연적으로 발효된 에탄올 향기에 이끌렸고, 높이 매달린 달콤하고 농익은 열매를 찾아 헤맸을 것이다. 역사에 남아 있는 모든 고대 문명에서는 당분 즙을 알코올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저자들은 이 발효라는 화학반응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원자까지 거슬러 올라가 설명을 시작한다.

와인은 오감을 자극하는 복잡한 혼합물이다. 저자들은 색, 향, 맛, 알코올 함량을 결정하는 화학물질과 효소의 상호작용, 포도의 겉과 속, 발효조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상호작용, 나무에 서식하는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의 결과가 와인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는 와인 산업의 감추고 싶은 이면도 보여준다. 오래된 병에서 떼어낸 인기 많은 라벨을 옮겨 붙여 오래된 와인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위조 행위는 지금뿐 아니라 고대 이래 성행했다. 로마제국에서 엄청나게 유행했던 팔레르노 와인 대부분은 진품이 아니었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파리에서 체류할 때 클라레를 좋아했는데, 포도밭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법을 알게 된 뒤로는 상인들의 속임수를 믿지 않았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는 값싼 와인에 메탄올을 섞어 최소 20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책을 읽다가 술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 감추고 싶은 이면도 보이기 때문이다.

와인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책에서는 19세기 말부터 퍼지기 시작해 와인 산업을 파멸에 이르게 했던 필록세라, 포도나무를 둘러싼 환경의 총체 테루아, 테루아를 결정하는 기후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저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포도밭의 미래와 와인 산업 전망에 대해 수많은 학문을 넘나들며 설명한다.

이언 태터솔, 롭 디샐 지음ㅣ허원 옮김ㅣ한울ㅣ344쪽ㅣ2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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