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집권 도전 푸틴의 ‘역사 강의’가 말하는 것

조기원 기자 2024. 2. 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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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미국 보수성향 언론인 터커 칼슨과 한 인터뷰 들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을 지원할 가능성에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푸틴 대통령이 방북 초청을 받았던 사실을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이) 가까운 미래에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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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대통령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언론인 터커 칼슨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을 러시아 대통령실이 공개했다. EPA 연합뉴스

[코즈모폴리턴] 조기원 │국제뉴스팀장

“30초나 1분 정도 역사적 배경에 관해 짧게 이야기해도 되겠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미국 보수성향 언론인 터커 칼슨과 한 인터뷰 들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칼슨이 응하자, 푸틴 대통령은 이후 거의 48분 동안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러시아사에 관해 이야기했다. 전체 인터뷰 2시간7분 중 40%에 육박하는 분량의 이 ‘러시아사 강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창립자 레닌이 만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동진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돈바스 지방 내전 휴전협정(민스크 협정)을 불이행해 “전쟁을 막기 위해 2022년 이 전쟁을 시작했다”고도 주장했다.

그의 역사 강의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 7월 크렘린 누리집에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중세 ‘키예프 루스’에서 기원한 ‘한 민족’으로 역사와 언어, 종교적으로 연결된 공동체라는 글을 올렸고, 이듬해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푸틴 대통령은 칼슨과 한 인터뷰에서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전쟁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비나치화”라는 일방적 주장도 거듭했다.

다음달 15~17일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에선 아예 반전 목소리가 봉쇄되고 있다. 5선에 도전하는 푸틴의 당선은 기정사실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를 위협할 만한 경쟁자도 없다. 사람들의 관심은 푸틴 대통령이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장기 집권 기록(1924년 1월~1953년 3월)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정도다. 1999년 12월31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당선돼 임기 6년을 채우면, 스탈린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대선에 후보로 등록한 나머지 3명도 모두 전쟁을 비판하지 않는다. “반전”을 내건 보리스 나데즈딘(60)이 후보로 등록하려 했으나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입후보 추천서에 문제가 있다며 등록을 막았다. 나데즈딘이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위협할 가능성은 제로(0)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쟁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차단됐다. 대선 압승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푸틴 대통령이 미국 주도 세계질서를 비판하며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지속하는 어두운 시나리오가 유력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한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을 지원할 가능성에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북한 미사일이 러시아에 공급돼 우크라이나 공격에 쓰였다는 주장이 지난달 미국에서 나왔다. 북-러의 밀착은 러시아 대선 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푸틴 대통령이 방북 초청을 받았던 사실을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이) 가까운 미래에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한-러 관계는 그만큼 악화하고 있기에, 푸틴 대통령 5선 이후 상황은 한국에 더욱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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