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늘려라"… 행동주의펀드, 삼성물산 주총서 표대결

삼성물산 "요구 받아들여지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 어려워"

연합뉴스 제공.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안건을 두고 삼성물산과 행동주의 펀드 간의 표 대결이 벌어지게 된다.

삼성물산은 다음 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한다고 15일 밝혔다.

시티오브런던 등은 삼성물산에 5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삼성물산은 보통주는 주당 2550원, 우선주는 260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46%로, 이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삼성물산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강화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주총 소집 공고에서 "주주제안상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원으로 2023년뿐 아니라 2024년 회사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이런 규모의 현금유출이 이뤄진다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들에게 회사 측 제안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물산은 전날 이사회에서 보통주 총 781만주(지분율 4.2%)와 우선주 전량인 16만주(지분율 9.8%)를 소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주주환원 강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시가로 약 1조원 이상 규모로, 삼성물산 자기주식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지난해 2월 이사회에서 자기주식 전량 소각 정책을 공표한 바 있는 삼성물산은 향후 매년 3분의 1씩 추가로 자기주식을 소각해 오는 2026년까지 보유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최종 목적을 고려하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당장의 주주환원 강화로 얻는 이득보다는 향후 이들이 빠져나갔을 때 받는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