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친구로 지내온 일상…'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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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시름 앓는다는 말이 있다.
최근 출간된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은 타카야수 동맥염을 앓고 있는 오지영 씨의 분투기를 담은 책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다리가 사라지면 좋겠다"는 말을 엄마에게 부지불식간에 내뱉기도 했다.
"병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무섭고, 불안하고, 두렵지만" 그럼에도 고통을 동반한 삶은 때로는 아름답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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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시름시름 앓는다는 말이 있다. 오지영 씨도 그렇게 앓았다.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병원에 가니 장염, 골반염 등 '오진'이 잇달았다. 큰 병원에 가도 정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진단명은 '불명열'이었다. 항생제, 진통제를 맞으며 열이 내리길 기다리는 나날이 반복됐다.
첫 발병 후 4년 만에 병명을 알게 됐다. 타카야수 동맥염이었다. 희소 난치병으로,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혈관 내부 공간이 좁아져 혈액이 잘 통하지 않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었다. 면역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제로 평생 관리해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최근 출간된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은 타카야수 동맥염을 앓고 있는 오지영 씨의 분투기를 담은 책이다. 첫 발병 후부터 30대 후반인 현재까지 병과 "친구"로 지내온 일상을 담았다. 응급실에 실려 가던 나날, 누군가를 사랑했고, 누군가와 우의를 다졌던 나날, 동생에게 업혀서 집에 가던 나날, 스트레스와 과로에 숨 막혀 했던 직장인의 나날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저자는 18세 때 첫 증상을 겪은 후 대학생 때 병의 실체를 알게 됐다. 아플 때까지는 "건강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 줄" 몰랐다고 말한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다리가 사라지면 좋겠다"는 말을 엄마에게 부지불식간에 내뱉기도 했다. 자식으로서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아팠다고 한다.
꿈이 사라지는 경험도 했다. 문헌정보과를 나와 기대했던 도서관 사서가 됐지만, 어느 날 한쪽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외국계 회사에 오랫동안 다녔지만,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서 역시 그만뒀다.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
그런 고통의 나날 속에서 저자가 깨달은 건 밀물이 밀려든 후에는 반드시 썰물이 찾아오고, 썰물이 지면 밀물이 다시 온다는 것이었다. 또한 역설적으로 세상이 아름답다는 사실이었다. "병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무섭고, 불안하고, 두렵지만" 그럼에도 고통을 동반한 삶은 때로는 아름답다고 저자는 말한다.
"찰나인 계절의 날씨, 내 몫으로 주어진 모닝커피, 두 다리로 걷는 그날의 산책, 다정을 바탕으로 주고받는 대화. 살아가며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22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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