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제출한 ‘미국인 교수 답변서’, 2심서 오히려 유죄 근거 됐다

허욱 기자 2024. 2. 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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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서엔 “온라인 시험 협업 금지 구두로 고지했을 것”

조국 전 법무장관과 정경심씨가 아들의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리한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해 미국인 교수의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서울고법 재판부가 이 자료를 이들의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장관 측이 1심 유죄 판단을 무죄로 뒤집기 위해 사용한 카드가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조 전 장관은 이날 2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고운호 기자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 전 장관 측은 작년 12월 18일 미국 조지워싱턴대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가 보내 온 서면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답변서에는 “학문 부정행위가 범죄가 되려면 고도로 추악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최종 성적의 4%에 해당하는 두 번의 퀴즈에 대한 부정행위가 형사 기소 됐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는 취지의 맥도널드 교수 의견이 담겼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13개 혐의로 기소돼 이 중 8개 혐의에서 유죄를 받았다. 이 중 조 전 장관 부부는 2016년 아들이 다니던 조지워싱턴대의 온라인 시험을 그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대신 풀어준 혐의(업무방해)로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전 장관 부부는 2심에서 이를 뒤집기 위해 당시 시험을 주관했던 미국인 교수의 답변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국 대학교 수업에서 단순 부정행위가 범죄가 아니라고 해도 조 전 장관 부부의 범행이 가벌성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내국인이 국내에서 범한 죄는 당연히 처벌 가능하고, 피해자가 외국인이더라도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서에서 ‘강의계획서 등에서 온라인 시험 응시 때 타인과 협업을 금지한다고 명시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구두로 해당 내용을 고지했을 것 같으며, 스터디 그룹을 형성해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시험은 스스로 볼 것으로 예상했다’는 내용을 특히 주목했다. 당시 온라인 시험에서 다른 사람이 대신 시험을 봐주는 것은 당연히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1심의 유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을 조 전 장관의 판결문에 담았다. 전체 190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조 전 장관의 13개 혐의 마다 항소이유의 요지와 1심 법원의 판단,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순서대로 배치했다. 2심은 1심 법원이 인정한 조 전 장관의 혐의 대부분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2심 선고에 불복해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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