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형제국` 쿠바의 변심…북한, 까마득히 몰랐던 듯
가르시아 대사, 수교 당일 주북 외교단 경축연 참석
수교 다음날 북 관영매체 ‘조용’
![지난 2018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고 평양을 방문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고 있다. 사진은 당시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김 위원장과 디아스카넬 의장이 헤어지기 전 손을 맞잡고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2/15/dt/20240215112411798lboo.jpg)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에 게재된 북한 주재 외교단 경축 연회 사진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에 게재된 북한 주재 외교단 경축 연회 진행 모습. 에두아르도 루이스 코레아 가르시아(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신임 쿠바 대사로 보이는 인물도 앉아 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캡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2/15/dt/20240215112412990wqwn.jpg)
물밑 협상을 해오던 한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공식 수교 관계를 체결했다. 한 밤중에 전해진 양국 간 수교 소식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이로써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고, 유엔 회원국 중에선 시리아만 미수교국으로 남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꾸준히 수교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해왔다"며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수교를 방해해왔으니 이번에 전격적으로 빨리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됐다.
공산주의 국가 쿠바는 단 한 번도 한국과 공식 수교 관계를 맺지 않았다. 쿠바는 우리에겐 반세기 넘는 세월 북한의 '형제국'으로 여겨졌다.
북한과 쿠바는 1960년 8월29일 수교해 올해로 64주년을 맞았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한 지 1년 만에 이뤄진 수교 이후 양국은 수십 년에 걸쳐 '반미(反美)'와 '사회주의'를 매개로 긴밀히 교류해왔다.
'혁명 1세대'인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유대를 기반으로 양국은 서로의 '반미·반제국주의 노선'을 적극 지지해왔다.
체 게바라(1960년), 라울 카스트로(1966년), 피델 카스트로(1986년) 등 쿠바의 주요 인사들이 환대 속에 북한을 찾기도 했다.
49년간 쿠바를 통치한 피델 카스트로가 정치 전면에서 퇴장하고,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는 등 쿠바의 외교 노선이 조금씩 변화했지만 북한과 쿠바의 우방국 관계는 공고하게 유지됐다.
불법적인 핵 개발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가는 상황에서도 쿠바는 늘 호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의리'를 지켰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국가평의회 의장이던 2018년 평양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 인연이 있다.
북한도 쿠바를 향한 열렬한 지지와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2021년 4월 라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자 사흘 연속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듬해 터진 쿠바의 호텔 가스유출 폭발 사고와 원유탱크 폭발 사고 때 위로 전문을 보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일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쿠바 혁명 65주년을 축하하는 장문의 축전을 보냈다.
지난달 21∼22일 아프리카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제3차 개발도상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이 쿠바 측과 만났고, 지난 1일 북한에 에두아르도 루이스 코레아 가르시아 신임 쿠바 대사가 부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이처럼 북한의 주요 매체들은 거의 매일 쿠바의 외교 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거나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은 한-쿠바 수교 논의를 막판까지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 수교 다음날 나온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한국과 쿠바 수교 당일인 지난 14일 만수대 의사당에서 북한 주재 외교단 성원들을 위한 경축 연회를 진행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경축 연회 사진을 보면 새로 부임한 가르시아 대사도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북한과 쿠바의 관계를 의식해 수교 논의를 극비리에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쿠바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교 발표 뒤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수교를 방해해왔으니 이번에 전격적으로 빨리 발표한 것"이라며 "쿠바가 우리나라와의 경제 협력이나 문화 교류에 목말라 있었던 만큼 북한에 알리지 않고 우리나라와 수교하고 싶어 한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쿠바 간 수교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북한이 쿠바를 향해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고 해서 북한과 관계가 갑자기 소원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쿠바 관계가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쿠바 수교는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향후 북한은 러시아 등 비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제한적인 외교 관계 강화에 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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