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주민소송 시민 승소 "전 시장 · 교통연구원 중대 과실"

유영규 기자 2024. 2. 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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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한 전임 용인시장 등의 손해배상 책임이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친 끝에 일부 인정됐습니다.

서울고법 행정10부(성수제 양진수 하태한 부장판사)는 어제(14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낸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현 용인시장이 이정문 전 용인시장·한국교통연구원·담당 연구원에게 총 214억 6천여만 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전 시장의 후임이던 서정석·김학규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주민소송 손해배상 청구 승소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해당 지자체장은 확정판결 후 60일 안까지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해야 합니다.

기한까지 지급되지 않으면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재판부는 "이정문 전 시장은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 예측에 대해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사업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실시협약을 2004년 맺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치에 밑돌 경우 수입 보장에서 제외하는 '저지규정'을 두지 않았고, 거액의 재정 지출을 수반함에도 시의회 사전 의결 등 법령상 필요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과도한 수요예측을 했고, 연구원들은 용인시청 협상단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며 역시 용인시에 손해를 입힌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사업시행자에게 이미 지급한 4천293억 원을 용인시의 손해액으로 확정하고, 책임비율을 5%로 판단해 손해배상금의 액수를 214억 6천여만 원으로 판단했습니다.

2010년 6월 완공된 용인경전철은 용인시가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와 최소수입보장비율(MRG) 등을 놓고 다툼을 벌인 끝에 2013년 4월 개통됐습니다.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까지 간 끝에 패소해 이자를 포함해 8천500억여 원을 물어줬습니다.

2016년까지 운영비와 인건비 295억 원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경전철 하루 이용객은 교통연구원 예측에 한참 미치지 못해 용인시는 재정난에 허덕였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2013년 10월 당시 시장과 정책보좌관 박 모 씨를 상대로 1조 23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소송을 냈습니다.

1·2심은 박 씨의 일부 책임만을 인정해 10억 원대의 손해배상 판결을 했지만, 주민소송 청구는 적법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20년 주민소송이 적법하지 않다는 원심이 잘못됐다고 파기 환송해 재판이 다시 열렸습니다.

원심은 주민소송은 주민감사 청구를 한 경우만 제기할 수 있다는 전제로, 이번 사건은 감사 청구와 소송이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관련이 있으면 충분하고 동일할 필요는 없다'며 주민소송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민소송은 지방자치단체의 불법 재무회계 행위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소송입니다.

주민소송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민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지자체 전체 주민에 대해서도 모두 효력이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주민소송은 총 50건이 제기됐습니다.

현재 용인경전철 사건을 포함해 7건의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종결된 43건 중 41건은 주민 패소나 취하, 각하 등으로 종결됐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제기된 사랑의 교회 공공도로 점용 허가 무효확인 소송, 경기 안성에서 제기된 하수시설 민간투자사업 협약내용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만이 주민들이 승소한 사례였습니다.

이번 용인경전철 소송은 2005년 이 제도 도입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삼은 최초 사례입니다.

소송 대리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는 "소송 제기 10년 만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점이 가장 큰 의미"라며 "시장과 연구원 등에 대한 중과실 책임이 인정됐다는 의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아마 상대방이 재상고할 것으로 보이고, (이후 현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바로 손해배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용인시가 손해배상 청구까지 해야 한다"며 "이 청구 소송 역시 3심까지 갈 것으로 보여 실제로 돈을 받으려면 지난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사진=용인시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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