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라한 ‘경제 성적표’, 총선 표심 변수 될까

한겨레 2024. 2. 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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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333333;">[전문가리포트] 신현호의 정치가 경제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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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올해는 세계사적으로 선거가 집중된 해이다.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참여 인구는 대략 전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다. 11월 미국 총선거(대통령,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1/3 선출)는 글로벌 질서를 규정할 것이며, 국내에서는 4월 국회의원 선거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시기별, 국가별로 다르다. 요즘은 정치인 개인의 특성이나 당파적 행위가 특히 부각된다. 미국에서는 바이든의 나이, 인지 능력 문제와 트럼프의 범죄 혐의와 재판이 대선판을 달구고 있다. 국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도덕성 시비와 각 당의 내부 권력투쟁이 가장 주목받는 이슈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선거는 정부·여당의 정책, 특히 경제정책이 평가받는 장이기도 하다. 여당과 야당은 선거에 나설 때는 입을 모아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약속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92년 빌 클린튼이 조지 H.W. 부시 대통령에 도전하면서 내세운 슬로건 ‘문제는 경제라고,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다. 미국의 경우 경제 상황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분석이 상당히 발전돼 있다.

특히 예일 대학의 경제학자 레이 페어 교수가 1978년 처음 발표한 후 수십 년에 걸쳐 정교화한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의 득표 방정식’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이 분석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변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다. 그 외에도 미국의 주요 언론은 바이든과 트럼프가 각각 대통령으로 재임한 시기의 경제적 성과를 비교하고 이번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비중 있게 분석하고 보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달리 경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적 선거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고, 정당 구도가 양당과 다수당으로 들쭉날쭉하고, 무엇보다 대선의 5년 주기와 국회의원 선거의 4년 주기가 서로 무관하게 돌기 때문에 분석의 시기를 확정하는 것부터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약 23개월 후에 치러지지만 지난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35개월 후에 있었다. 심지어 노태우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에는 임기 초와 말에 총선이 두 차례 있었다.

이번 리포트는 총선을 앞두고 경제적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윤석열과 문재인 두 대통령의 집권 1년차(2017년과 2022년) 5월부터 현재까지의 동일한 기간에 대해 주요 경제 지표를 비교해 보았다.

1. 경제 성장

수많은 경제 지표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이다. 경제를 구성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부문의 성과를 하나로 집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질 지디피 성장률을 단순하게 경제 성장률로 부르는 이유다.

취임 후 여섯 분기 내내 윤석열 정부의 성장률은 문재인 정부에 비해 예외 없이 낮았다. 평균적으로 윤석열 정부 1.7%, 문재인 정부 3.1%라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2023년은 연간 성장률이 1.4%였고, 제 1·2분기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였는데, 이는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더믹 등 경제 위기를 제외하면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2. 수출

소규모 개방경제이고 대부분의 원자재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수출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또한 수출입의 차이로 벌어들이는 무역수지는 외환 안정의 가장 중요한 토대다. 이 지표들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크게 손상됐다.

수출은 2023년 연간 6327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7.4% 감소했다. 월별로 보면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총 20개월 중 12개월(2022년10월~2021년9월) 동안 수출이 감소해 평균 2.5%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문재인 정부는 15개월 동안 수출이 증가하고 5개월 감소했다. 평균 증가율은 9%다.

윤석열 정부의 수출 약세는 그대로 국제수지 악화로 이어졌다. 20개월 누적 492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는 같은 기간 누적 1317억달러 흑자를 냈다.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돼 디커플링 또는 디리스킹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더라도 한국의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와 가치 체계가 다른 중국 시장 정도는 희생할 수 있다는 식으로 현 정부가 경제적 실리를 무시한 단순 논리는 재고할 때가 됐다.

3. 일자리와 임금

개별 국민 입장에서 경제성장률이나 무역보다 더 중요한 것은 취업과 임금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이듬해 말까지 19개월 동안 늘어난 누적 일자리는 각각 25만3천개와 28만개로 차이가 크지 않다.

특이한 것은 실짐임금 동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5인이상 사업체에 속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거의 일관되게 상승한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명목임금은 상승했기 때문에 실질임금 하락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기에 걸친 실질임금 하락은 임금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가계에서 생활수준이 낮아진 것을 뜻한다. 심각한 현상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이례적 사건이기도 하다.

4. 물가

물가 역시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요소 중 하나이다. 취임 직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를 넘었고 이후 하락 추세이지만 최근에도 3%에 육박하고 있다. 전 기간 동안 단 한차례도 2% 이하로 내려온 적이 없으며 인플레이션율의 평균은 4.3%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율이 대부분 2% 미만이고 평균은 1.6%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은 만큼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윤석열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지표이니만큼 정치적 중요성은 매우 높은 터라 주목해야 하는 지표다.

이제까지 살펴본 핵심 경제지표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매우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 무역, 실질임금은 충격적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게다가 보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아마추어 좌파가 경제를 다 망친다고 험한 비판을 퍼붓고, 자신들이 집권하면 마치 경제가 훨훨 날아갈 것처럼 자신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모습은 매우 역설적이다.

경제로만 평가한다면 이 정도로 경제에 무능한 정부·여당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경제 심리는 이런 핵심 경제 지표 외에도 주가와 부동산 등 매우 예민한 다른 지표들에도 영향을 받고, 또 경제적 성적이 선거 결과로 단순하게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다음 리포트에서는 이에 대해서 더 살펴볼 것이다

신현호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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