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하는 감독과 '오합지졸'된 대표팀, 협회의 '자정의지' 확인할 날 밝았다

유지선 기자 2024. 2.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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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아시안컵 우승 좌절로 아린 상처가 아물 틈도 없이, 대회 기간 대표팀 내에서 선수들 간 갈등이 있었단 소식까지 전해졌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정작 '수장'은 두 손 놓고 지켜만 보고 있단 사실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비단 경기 결과만이 아니다. 조별리그부터 힘든 싸움을 펼쳤고, 가까스로 4강에 올랐으나 요르단을 상대로 졸전을 펼친 끝에 0-2로 패했다. 유효 슛 하나조차 기록하지 못한, 참패였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 꿈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 현 상태로 아시안컵 정상을 욕심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갈등이 끊이지 않는 선수단과 뒷짐을 진 채 수수방관하는 감독, 늦장대응을 일삼는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까지, 현재 대표팀의 상황은 '오합지졸'이란 표현이 딱 맞다.

아시안컵 졸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4일, 요르단전을 하루 앞두고 대표팀 내에서 젊은 선수들과 고참 선수들이 갈등을 빚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저녁식사 시간에 이강인을 포함한 일부 젊은 선수들이 탁구를 치려했고, 손흥민을 비롯한 고참 선수들이 자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몸싸움으로 번졌다는 게 골자다. 손흥민은 이 과정에서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이강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죄송스러울 뿐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단체 생활을 하다보면 으레 있는 일이라지만, 대표팀 내 갈등이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는 건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그것도 하나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대회 기간에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선수들의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져선 안 된다.

선수단을 응집시키고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건, 팀의 리더인 감독의 역할이다. 팀을 전반적으로 통솔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기에, 감독에게 막대한 권한이 주어지는 거다. 그런데 일련의 사태를 보면, 클린스만 감독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잘 포장해서 '자유방임형 리더'지, 실상은 통제력을 잃었단 걸 의미한다. 그라운드 위에선 '무전술'로, 그라운드 밖에선 '방관'으로 일관한 사실이 들통 난 셈이다.

대회를 마친 후에도 다를 게 없다. 아시안컵 우승을 자신하던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 패배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한국으로 돌아가 대회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귀국하자마자 곧장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회 기간 도중 발생한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할 '수장'은 또 뒤로 쏙 빠져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협회는 15일 오전 11시 축구회관에서 2024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을 포함해 전력강화위원 8명이 참석하며,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다. 이 자리에서 아시안컵 리뷰와 함께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대표팀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절차를 무시한 채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책임을 따져 묻는 것부터, 어우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엉킬 대로 엉킨 실타래의 첫 매듭을 푸는 건, 바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이라 할 수 있다.

줄곧 늦장대응을 해온 협회가 이번에는 결단을 내릴까? 이제 협회가 문제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판가름할 시간이다.

글=유지선 기자(jisun22811@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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