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함께 지켜야 내가 안전한 사회규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명절 때가 되면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생기는데 그중에 유독 눈에 띄고 속을 상하게 하는 것이 절제력 잃고 분노를 폭발시켜 사회규범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다. 그 분노의 뿌리를 심리적으로 분석해보면 다음의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네가 나의 분노를 키웠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분노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이런 심리는 피해망상증으로서 심리 치료가 필요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갑진년 새해 벽두에도 어김없이 이런 일이 생겼다. 명절 때 집에 방문하는 아들 차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출입문을 막고 있는 차단기를 반대로 꺾어 분지르는 일이 생긴 것이다.
필자도 아파트를 방문하면서 차단기가 내려져 있어 들어가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지만 "꺾어 버릴까"라는 극단적인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만일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나의 인격과 나의 마음 씀을 크게 자책하고 자학했을 것이다. 차단기가 무겁고 들어 올릴 수 없는 물건이라서 들어 올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것을 들어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내 마음속에서 계속 외치고 있는 양심 때문이다. 또는 사회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내가 아닌 타인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는 사회규범 안에 들어가지만, 지역과 집단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도덕이 있다. 교회에서는 교회에 맞는 예도가 있을 것이고 절에서는 절에 맞는 법도가 있을 것이다. 또한 관공서에 가면 관공서에서 지켜야 할 공중도덕이 있고 시장 저자거리에 가면 시장 저자거리에 맞는 풍습과 인사가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은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도 나름의 질서와 도덕 속에서 서로의 위치를 지키며 공존하고 있다. 더구나 그 단위가 큰 사회규범으로 확대되면 지역이나 집단에서 형성하고 있는 도덕보다 훨씬 큰 도덕을 요구하는데 여기에는 책임과 의무마저 주어져 잘못을 저질렀을 때의 처벌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그 이전에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못난 자신을 확인하고 괴로운 시간을 오래 갖게 될 것이다.
때론 사회규범이 개인의 행동을 제안하거나 불편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편리를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한 거리에서 만날 수도 있는 소매치기와 강도를 생각해보자. 그들이 사회에서 계도 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은 '남의 것에 손대지 말라'는 사회규범을 깨뜨리고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사회규범을 쉽게 어기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피해 보는 것을 극히 싫어해 누군가 선을 넘으면 사회의 온갖 법과 심지어는 상식까지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논리를 편다. 자신이 2차로 저지를 수 있는 행동에 대해 미리 합리화로 장치하고 모든 잘못을 상대 혹은 제 3자, 사회에 돌린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공동의 이익을 깬 사람은 그만큼의 책임과 과오를 사회가 묻고 징계한다는 것이다.
잘못을 고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말할까 한다. 그것은 설정의 방법인데 가족과 좋아하는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 좋아하는 친구, 부인 또는 남편, 누나 또는 오빠, 자식 그리고 손자까지 전부 동원 시켜서 내가 그릇된 행동을 할 때 그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설정한 대로 실제 그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을 고칠 수 있다. 사회규범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이 보는 앞에서 차단기를 분지른 아버지도 개선될 수 있을까. 정말 자신을 못하겠지만 사회규범이 바로 서서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도신 수덕사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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