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미국 피겨팀이 한 비행기에 함께 타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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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은 지금도 해외 원정경기 때면 한 비행기에 모든 선수를 태우지 않는다.
거대한 공백에 존망의 기로에 선 미국 피겨협회는 추모기금을 조성해 꿈나무 양성 사업을 벌이는 한편 이미 은퇴한 선수들을 설득해 복귀하게 하고 외국인 코치진을 대거 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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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은 지금도 해외 원정경기 때면 한 비행기에 모든 선수를 태우지 않는다. 1961년 2월 15일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 인근에서 빚어진 사베나(Sabena) 548편 보잉 707기 추락 악몽 때문이다. 그해 체코슬로바키아(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피겨 전 종목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 18명을 비롯 대표단 34명 전원이, 탑승자(총 72명) 및 모든 승무원(11명)과 함께 숨졌다.
한 종목 국가대표팀 전원이 사고로 숨지는 참극은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서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10대 중반~20대 초반 선수들은 전원 국내 및 국제대회 메달리스트였고, 코치진 역시 미국 피겨스포츠의 옛 주역이자 미래를 지탱할 기둥이었다. 희생자 중에는 그해 전미-북미 챔피언으로서 사고 이틀 전 발행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의 표지에 실린 만 16세 여성 피겨 선수 로렌스 오웬(Laurence R. Owen)도 있었다.
뉴욕국제공항(현 JFK국제공항)을 이륙한 항공기는 경유지인 브뤼셀 공항에 착륙하려다 알 수 없는 이유로 2차례 실패한 뒤 공항 주변을 3차례 선회하던 끝에 인근 습지에 추락했다. 기장과의 무선 교신은 사고 20여 분 전 두절됐다. 미국과 벨기에 합동사고조사단은 테러 가능성은 없으며 꼬리날개 기기 고장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해 세계선수권 대회는 취소됐다.
거대한 공백에 존망의 기로에 선 미국 피겨협회는 추모기금을 조성해 꿈나무 양성 사업을 벌이는 한편 이미 은퇴한 선수들을 설득해 복귀하게 하고 외국인 코치진을 대거 기용했다. 임신 직후 은퇴했던 한 선수(Barbara Roles)는 출산 8개월 만인 1962년 미국 챔피언십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고, 사고 희생자 코치의 딸로 추모기금 첫 수혜자였던 페기 플레밍(Peggy Fleming)은 68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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