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다음 주 유럽 방문 연기 “순방보다 민생·안보에 주력”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됐던 독일과 덴마크 순방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14일 밝혔다. 대통령 순방이 출국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된 것은 이례적이다. 새해 들어 윤 대통령이 민생 살리기에 주력하고 북한발 안보 위협에 총력 대응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경우 이런저런 잡음이 이는 것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순방보다 국내 민생·안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4월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 해외 순방을 둘러싼 대여(對與) 공격의 빌미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초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독일은 국빈 방문, 덴마크는 공식 방문 형식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전날 순방 연기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윤 대통령은 참모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같이 결정했다”면서 “독일·덴마크 측과도 조율해 순방 연기에 합의했다”고 했다. 이번에 연기한 순방은 상대국과 다시 협의를 거쳐 정하기로 했고, 4월 총선 이후로 잡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순방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현 정부 들어 외국 정상이 한국 방문을 계획했다가 국내외 사정 때문에 취소한 일은 두 차례 있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작년 8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기간 한국을 찾으려다가 막판 취소했다. 당시 벨라루스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는 등 안보 위협이 고조됐고, 한국도 태풍 영향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을 떠나 전국으로 분산 수용된 점 등이 고려됐다. 작년 10월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자 한국 방문을 연기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독일·덴마크 순방을 돌연 연기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국내외적으로 대통령이 대응해야 할 민생·안보 요인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 연기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 들어 ‘민생 회복’을 내걸고 지금까지 현장 민생 토론회를 총 11차례 열었고, 이 가운데 10차례를 직접 주재했다. 또 북한 김정은은 새해 들어 연일 ‘초토화’ ‘대사변’ 같은 표현을 쓰며 대남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일주일간 국내를 비웠다가 국내외적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새해 들어 공들여온 ‘민생’ ‘안보’ 우선 국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작년 7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국내에서 집중호우로 오송 지하 차도 참사가 발생하자 야당에선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작년 1월 찾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올해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 것에도 이런 점이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김건희 여사 동행 문제도 고려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작년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하고 귀국한 뒤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빈 방문인 독일의 경우 외교 의전상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동행할 경우 야당 등에서 김 여사가 왜 동행했느냐고 공격하고 나올 것”이라며 “윤 대통령으로선 총선을 앞두고 초정파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할 정상 외교가 국내 정치와 결부돼 공격받는 상황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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