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공천 잡음

김태경 기자 2024. 2.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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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게 가장 불편한 단어가 ‘물갈이’다. 하지만 역대 국회의원 선거를 살펴보면 물갈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특히 정당이 개혁을 기치로 내세울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4·10 총선을 두 달 여 남겨두고 여야 모두 쇄신 공천 막바지 작업에 접어들면서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낸 예비후보 모두 각당 공천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천 작업에 먼저 착수한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평가 하위 20% 통보가 임박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당내 전·현직 의원들과 직접 접촉하며 교통정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잡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정지작업에 나서면서 일부 중진급 인사는 실제 불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공천 후폭풍을 우려해서다. 앞서 민주당 공관위가 공천 신청자 면접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원팀’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에 동의할 것인지 물어보는 등 단합을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대표가 전현직 의원 접촉에 나선 것을 두고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공천하지 않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는 달리 이 대표가 친명(친이재명)계와도 접촉을 했으며, 새로운 인물을 위한 정치 입문의 길을 열어 ‘올드보이 청산’을 위한 행보라는 주장도 있다.이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새 술은 새 부대에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이번 주 예정된 경남(16일), 부산 울산(17일) 국민의힘 공천 신청자 면접에 지역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PK)은 국민의힘 공관위가 낙동강 벨트 탈환이란 목표를 앞세우고 기존 중진의원들의 지역구 이동을 요구해 중진 희생론이 불붙기 시작한 곳이다.

부산의 5선 서병수 의원은 현재 지역구인 부산진갑을 떠나 북강서갑으로, 경남 3선 김태호 의원은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경남 양산을로 지역구를 옮기기로 했다. 3선 조해진 의원도 설 연휴 동안 지역 민심을 청취한 뒤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김해을로 지역구를 옮긴다.

중진 희생론을 수용한 이들 의원 모두 현재 지역구 유권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중진으로서 당을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드러냈다. 이처럼 PK에서 시작된 중진 희생론은 대구경북(TK)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같은 지역구 조정 작업이 이기기 위한 공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얼마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무조건 희생보다는 승리 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중진을 재배치했다는 점을 앞세웠다. 장동혁 사무총장이 기자들과 만나 공천 면접 과정에서 지역구 재배치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 ‘억지 재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공천에 따른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공관위로부터 컷오프(공천배제) 통보를 받고 거세게 반발했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의 시스템 공천 결과를 수용한다며 백의종군 입장을 밝혔다. 전날 한 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 대해 “당의 후보로서 김 전 의원을 국민께 제시하지 못한다”면서도 “김 전 의원은 과거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을 관철함으로써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을 온몸으로 막았던 분”이라고 치켜세운 영향도 없지 않다.

현재로서는 여야 모두 공천 잡음이 불거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컷오프와 지역구 조정 등이 본격화하면 당내 갈등이 표면화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사천 논란은 선거 필패를 부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친명과 비명(비이재명) 간의 갈등이, 국민의힘은 교통정리가 된 지역에 납득불가한 내려꽂기식 사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그만큼 당 안팎에 지켜보는 눈도 많다는 점을 유념한, 공정한 공천 결과를 기대해본다.

김태경 서울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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