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말곤 물들지 않을래” 검은 드레스 입고 결혼하는 日신부
일본 도쿄 회사원 여성 A(30)씨는 지난해 12월 결혼 기념 촬영에서 검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일본에서는 신랑은 검은 턱시도, 신부는 흰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 관례다. A씨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결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일본 신부들 사이에 ‘웨딩드레스는 흰색’이란 고정관념이 깨지고 검은 웨딩드레스가 유행하고 있다고 13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실제 결혼식장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는 신부들이 늘고 있다. 결혼식 정보 업체 민나노웨딩구(모두의 웨딩) 웹사이트에서 지난해 1~11월 조회수 1~2위를 기록한 상품은 모두 검은 드레스였다. 이 업체는 지난해 웨딩 트렌드로 ‘검은 웨딩드레스’를 꼽기도 했다.
일본 매체들은 “검은 드레스의 유행은 보수적인 일본 결혼 문화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신(신랑) 색깔에 물들겠다’는 의미의 흰 드레스 대신, ‘당신 말고는 누구에게도 물들지 않겠다’는 보다 능동적인 검은 드레스의 메시지가 신부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 ‘순결’ ‘무구’ 등을 상징하는 순백(純白)의 서양식 웨딩드레스가 본격 보급된 건 1970년대부터다. 그동안 일본에선 검은 드레스는 상복(喪服)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결혼식뿐 아니라 일상에서 입는 것도 금기시돼 왔다.
결혼식의 ‘금기’를 깨는 데는 코로나 사태도 한몫했다. 민나노웨딩구 마케팅 담당자는 요미우리에 “코로나 이전 결혼식은 최소 60명의 하객이 참석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코로나 이후엔 훨씬 소규모화했고 경우에 따라 사진만 찍는 ‘포토 웨딩’도 늘었다”며 “신부들도 ‘나만의 스타일을 찾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결혼식에 잘 쓰이지 않던 드라이 플라워(말린 꽃)도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식장 장식이나 부케에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또 과거 일본 부부들은 피로연에서 딱딱하고 높은 의자에 앉아야 했는데 최근에는 푹신하고 낮은 소파가 선호된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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