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재정 칸막이부터 걷어내야
겉으론 건전재정, 뒤론 감세·예타 면제
지방교부세 삭감 등 지자체가 떠안아
선심행정·경직성 타파로 재정 키워야
2001년 9·11 테러는 압도적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던 미국의 자존심에 먹칠을 했다. 이것만큼 큰 충격을 준 사건은 또 있다. 지난해 8월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피치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A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뜨린 후 12년 만이다. 천문학적인 정부 부채와 재정 악화가 원인이다. 미국 내 정치적 혼란도 일조했다.
윤석열정부의 정책기조는 ‘건전재정’이다. 한덕수 총리는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최후의 보루’는 국가재정이라고 늘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문재인정부 ‘재정팽창’ 정책의 후유증에서 얻은 반면교사임은 분명하다. ‘적자국채’ 발행 유혹을 떨쳐내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한번 늘어난 재정은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국채는 수요가 많지만 우리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재정 안정성이 떨어지면 찬밥신세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재정을 관리하는 정부와 국회의 ‘짬짜미’가 재정 위기를 조장하는 것도 걱정이다. 21대 국회에서 ‘달빛내륙철도특별법’ 등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준 사업비 규모만 45조원에 달한다. 수원 군공항 이전 등 예타 면제를 추진 중인 법안도 수두룩하다. 예타가 재정 누수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걸 모를 리 없다. 선거를 앞두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대주주 기준 완화 등 감세정책을 내놓는 것도 건전재정 기조와 배치된다. 예산안을 놓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쪽지예산’, ‘밀실예산’의 구태는 꼴불견이다.
예산의 경직성도 큰 문제다. 올해 예산 656조6000억원 가운데 정부 의지로 쓸 수 있는 재량지출은 120조원에 불과하다. 80%가 넘는 돈은 용도가 정해져있는 의무지출·사회보장성 지출이다.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의무지출 비중은 지난해 53.3%에서 2027년 56.1%로 치솟는다. 저출산·고령화로 2070년이면 정부 예산의 70%가량이 의무지출이다.
재정은 국가의 근간이다. ‘예측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이 생명이다. 재정운용의 실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재정 건전화 노력과 더불어 재정의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철밥통’ 같은 부처별·부문별 재정 칸막이부터 걷어내야 한다. 내국세의 20.79%가 자동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표적이다.
지자체 재정은 복지 수요를 감당 못해 아우성인데, 지방교육 재정은 학생 수 감소로 돈이 넘쳐난다. 17개 시도 교육청이 지난해 쓰지 못하거나 이월한 예산만 7조5000억원이다. 돈이 남아서 다행이지 세수 감소로 교부금 액수가 들쭉날쭉하면 교육의 안정성마저 해칠 수 있다.
윤석열정부는 자유시장주의에 기반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관료제의 비효율성을 혁파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관치와 반시장 정책이 난무한다. 정부 지출을 줄이는 작은 정부라고 해서 ‘묻지마’식 감세는 곤란하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세금 누수를 막는 게 급선무다. 건전재정과 상반된 행보를 자중하고 경제를 살려 세수를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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