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복장 터지는 용산·여의도 ‘판 소리’

이강은 2024. 2. 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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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소리꾼 한 명이 북을 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춰 창·소리(노래)와 아니리(말), 너름새·발림(몸짓)을 섞어 공연하는 전통 예술이다.

득음의 경지에 이른 명창 등 오랜 기간 혹독한 수련을 거친 소리꾼의 판소리 한바탕 완창 무대를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특히 소리꾼의 무대 위 조력자인 고수는 판소리 공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소리꾼과 고수, 관객이 서로 하나가 돼 신명 나는 한판을 펼치는 게 판소리의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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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는 불통·불협, 野는 독선… 민생외면 도 넘어

판소리는 소리꾼 한 명이 북을 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춰 창·소리(노래)와 아니리(말), 너름새·발림(몸짓)을 섞어 공연하는 전통 예술이다.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로 짜인 다섯 바탕(마당)이 유명하다. 젊은 소리꾼들은 이 다섯 바탕을 디딤돌 삼아 현대화한 창작 판소리(극)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자람의 ‘억척가‘와 ‘노인과 바다’ 등이 대표적이다.

득음의 경지에 이른 명창 등 오랜 기간 혹독한 수련을 거친 소리꾼의 판소리 한바탕 완창 무대를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부채를 든 소리꾼 혼자서 몇 시간 동안 작품 속 온갖 군상을 방대한 노래와 대사, 몸짓으로 표현하며 관객을 홀리는 모습은 경이롭다. 바그너의 ‘니벨룽겐 반지’처럼 많은 가수가 등장하는 대작 오페라 한 편을 소리꾼 혼자서 소화한다고 상상해보라.
이강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완창 등 판소리 공연의 완성도는 소리꾼의 기량 못지않게 고수, 청중과의 호흡이 어떠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특히 소리꾼의 무대 위 조력자인 고수는 판소리 공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뛰어난 명창이라도 제때 장단을 맞춰주고 추임새를 넣어주며 가끔 상대 역할도 해주는 고수가 시원찮으면 좋은 소리를 내기 어렵다. ‘1고수 2명창(고수가 으뜸이고 명창은 그다음)’이나 ‘소년 명창은 있어도 소년 고수는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기량이 출중한 소리꾼과 고수가 만나 호흡까지 척척 맞으면 관객도 가만있을 수 없다. ‘얼씨구’, ‘얼쑤’, ‘좋다’, ‘잘한다’, ‘그렇지’ 등 칭찬·응원 세례 같은 추임새로 소리꾼과 고수를 북돋우고 흥이 나게 한다. 소리꾼이 관객에게 추임새를 가르쳐주거나 적극 추임새를 넣어달라고 당부한 뒤 공연을 시작하는 이유다. 이처럼 소리꾼과 고수, 관객이 서로 하나가 돼 신명 나는 한판을 펼치는 게 판소리의 큰 매력이다. 조선시대 후기 본격화한 판소리가 당대 민중과 함께하며 삶의 애환을 담아낸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어째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에서 나오는 소리는 고달픈 민생을 보듬고 국민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기는커녕 복장만 터지게 하기 일쑤다. 판소리에 빗대 윤석열정부와 여야 정치권, 국민을 각각 소리꾼과 고수, 관객이라고 치자. 우선 소리꾼과 고수의 기량부터 관객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여야 지도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낮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불통 독불장군’ 이미지를 벗지 못하며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고, 정부와 여당 간 호흡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누구보다 민심을 무겁게 살펴야 할 국민의힘은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용산 눈치를 보느라 무기력하다. ‘김건희 리스크’를 대하는 자세만 봐도 그렇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준 위성정당’이란 말장난 같은 변명에서 보듯, 이재명 대표가 앞장서 국민에게 한 정치개혁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등 지금까지 야당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박수쳐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제1야당이 이토록 한심하고 비겁하니 정부 여당도 쇄신하지 않고 저 모양 저 꼴인 것이다.

이런 소리꾼과 고수가 광팬인 ‘묻지마 관객’들에게만 시원하게 들릴 소리와 북 장단을 한 결과, 많은 관객이 추임새를 넣는 대신 갈라져서 삿대질과 야유를 한다. 난장판이 따로 없다. 형편없는 소리꾼과 고수 모두 보기 싫은 관객(중도·무당층 국민)들만 괴롭다. 둘 다 정신 바짝 차리라고 어떻게 해서든 4·10 총선판에서 회초리를 드는 수밖에.

이강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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