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기후 위기와 고령화사회

2024. 2. 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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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폭염 등 극한 기후 발생 때
고령층일수록 대처 능력 떨어져
초고령사회 목전에 둔 지금 기후
위기 따른 사회적 대비 필요

총선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제시되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만 그들 중 필연적으로 우리나라가 직면하게 될 문제는 바로 기후 위기와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일 것이다.

통계청은 2023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18.4%인 950만명 정도이며 향후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되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는 그러나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2022년 유엔의 ‘전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 중 2023년에 초고령 사회로 이미 진입한 국가들은 17개국으로 전체 조사 국가들 중 50%나 됐다. 초고령 사회로 가장 늦게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 나라는 이스라엘로 2076년에야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될 것으로 보고됐다.
예상욱 한양대 ERICA 교수 기후진단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은 국가의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고령화사회가 미치는 잠재적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료비 부담과 경제적 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연 500만원에 근접했으며 그중 국가 부담금은 약 400여만원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 문제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2021년 우리나라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 소득 50% 이하)은 39.3%로 OECD 가입국들 중 매우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비 부담 및 경제적 문제 이외에 간과되고 있는 고령화사회의 영향은 바로 기후 위기에 따른 취약성 문제이다. 2025년에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우리나라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극한 기상·기후 발생 빈도의 증가라는 엄연한 현실과 맞물려 미래 국가 설계와 준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이슈이다.

사실 전통적인 기후 위기 평가는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아래에서 지구 기후 시스템의 물리적 변화가 가져오는 피해 범위 및 취약성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 연구들은 지역적으로 기후 위기에 취약한 인구를 단순히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최신 연구 결과들은 다양한 극한 기상 및 기후 현상의 발생에 기인한 취약성은 고령인구 그룹 내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강 문제는 고령인구 그룹 내에서는 나이 증가에 비례하여 증가하는데 65세는 평균적으로 두 가지 이상의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는 반면 같은 비율의 85세 이상은 네 개 이상의 건강 질환을 가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경향성이 기후 위기에 기인한 취약성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고령인구들이 직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극단적인 기상 이변에 기인한 취약성은 고령인구 그룹 내에서 나이 증가에 따라 범위 및 강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고령인구 그룹 내에서도 거동이 불편할수록 홍수로 인해 피해 지역에서의 대피,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차이가 있으며 폭염으로 인한 탈수 및 심혈관계 질환 가능성은 나이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60∼74세보다 90세 이상에서 더 높았으며 75∼89세 연령대의 사망자 수는 그보다 더 낮은 고령 그룹 연령대의 사망자 수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들은 고령인구의 빠른 성장률이 앞으로 더 높아질 기후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반드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자일 것이다. 기후 위기와 고령화사회는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으며 미래에 더 분명해질 엄연한 사실이다. 정교한 기후 위기 평가 연구를 통해 기후 위기를 고려한 고령화사회의 진단 및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ERICA 교수 기후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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