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가 울고 갈 가격’ 서민식당 붐비는 佛[정기범의 본 아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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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프랑스에서는 6000여 개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정세 속에 에너지 요금이 지난 2년 사이 45% 오른 여파도 컸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프랑스인들이 외식 횟수와 씀씀이를 줄인 이유도 컸다.
프랑스에서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처럼 밥 한 끼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레스토랑을 '가스트로노미', 가정식 요리를 내놓는 식당을 '비스트로'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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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셰프들이 경영하는 레스토랑들도 어려움을 겪거나 문을 닫은 가운데 ‘부용 레스토랑’들은 오히려 전성기를 맞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처럼 밥 한 끼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레스토랑을 ‘가스트로노미’, 가정식 요리를 내놓는 식당을 ‘비스트로’라 부른다. 비스트로보다 저렴한 레스토랑인 ‘부용(Bouillon)’을 들어본 한국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부용’은 우리네 ‘국밥집이나 기사식당’처럼 아무 때나 들러 푸짐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민 식당이다.
이들 레스토랑의 시작은 1854년으로 전해진다. 파리에서 정육점 사업을 크게 하던 아돌프바티스트 뒤발의 아들 알렉상드르가 아버지 정육점에서 팔고 남은 자투리 고기를 사용하여 대량으로 조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알렉상드르는 당시 파리 중심부에 있던 농수산물 시장인 샤틀레 지역에서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음식을 팔았는데 큰 인기를 얻은 덕분에 250여 개 식당을 잇달아 오픈했고 이 회사는 당시 주식시장에 상장할 정도로 엄청나게 성공했다. 프랑스 외식계의 백종원이랄까.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기가 잠시 시들해졌고, 1970년대엔 귀족 문화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오트 퀴진’에 반발한 ‘누벨 퀴진’이 인기를 누렸다. 폼 잡고 외식하는 가스트로노미 식당이 인기를 끌었고 피에르 가녜르, 알랭 파사르와 같은 유명 셰프들이 미식계를 주름잡았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며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이한 프랑스인들이 시급히 줄여야 했던 것이 외식에 나가는 지출이었다. 파리를 찾는 외국인 역시 파리의 비싼 물가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니 부용으로 사람이 몰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도 성업 중인 파리의 부용 식당을 꼽으라면 ‘부용 샤르티에’가 대표적이다. 1896년에 오페라 근처에 처음 문을 열어 120여 년간 성업 중인데 음식값은 전식 1유로부터, 생선은 9.5유로부터, 본식 7유로부터다. 프랑스 맥도널드 빅맥 가격이 7달러를 넘어섰음을 감안하면 맥도널드가 울고 갈 가격이다. 몽마르트르 근처 또 다른 부용 체인점, ‘부용 피갈’의 경우도 비슷한 가격대로 인기가 높다. 프랑스 지하철 광고판도 부용 식당이 도배했다. 옛날 할머니 조리 방식으로 나이 든 이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고 여행자들에게는 전통 프랑스 집밥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으니 패스트푸드점과는 분명한 차별점도 있다.
파리에 간다면 부용 식당을 경험해 보자. 프랑스에 가면 먹어봐야 한다는 양파 수프, 달팽이, 쇠고기 스튜 뵈프 부르기뇽, 바삭하게 구운 오리 콩피와 같은 음식을 배불리 먹어볼 수 있다. 부용 레스토랑들이 루브르 박물관에 비치된 여러 언어의 안내서를 배치하고 친절하게 당신을 맞을 것이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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