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방해 우려 비밀협상 김정은 외교고립 가속

韓, 쿠바와 전격 수교
北 맹방 국가와 손잡아
대북 압박전선 강화 기대

정부가 14일 '북한의 형제국'으로 통하는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 소식을 전격 발표하면서 한국 외교 역사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쿠바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면서 양국 간 교류관계가 단절됐다. 이후 쿠바는 중남미 지역에서 대표적인 북한의 '맹방'으로 자리매김하며 비동맹 외교 무대에서 북한과 보조를 맞췄다. 유엔 회원국 중 남은 미수교국은 시리아 1개국이다. 이날 한국과 쿠바가 전격 수교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교적 대북 압박과 경제외교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수교를 계기로 양국 간 문화·관광은 물론 경제·교역 전반에서 교류·협력이 대폭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쿠바와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공을 들였다. 2016년에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양자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수교 의사를 전달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회의를 계기로 쿠바의 호세피나 비달 외무부 차관과 비공개로 만나 수교를 제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쿠바는 북한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던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가 끝난 이후부터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예전만 못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같은 북한과 쿠바 간 외교 기류를 읽고 그 틈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외교관계를 맺는 성과를 냈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뒷배 역할을 했던 쿠바와 수교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위한 압박 전선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간 수교 협상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가운데 진행됐다. 외교부는 뉴욕주재 유엔대표부가 이날 밤늦게 한·쿠바 수교를 알리는 자료를 내기 전까지 철저히 관련 내용을 함구했다. 양국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나 외교적인 방해공세 등을 우려해 이처럼 은밀하게 수교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기자 / 박대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