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노조 설립 저지 ‘유죄’…하청 청소노동자, 7년여 만에 ‘승리’
세브란스병원 하청 노동조합 설립을 저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 측과 용역업체가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7년5개월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1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 등 9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이었던 권모씨와 용역업체 태가비엠 부사장인 이모씨에게는 각각 벌금 1200만원을, 태가비엠 법인 측에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태가비엠 측 4명과 세브란스 병원 측 2명에게는 200만~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16년 10월 원청인 세브란스병원이 태가비엠의 관계자들에게 노·노 대응 유도를 지시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한 업무일지가 발견되며 불거졌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136명이 그해 7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를 설립하자 태가비엠 현장관리소장 등이 노조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했는데, 여기에 원청인 세브란스병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노조는 세브란스병원 관계자와 용역업체 관계자 등 7명을 같은 해 10월 서울서부지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노동청과 검찰은 2017년 1월 이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노조는 2017년 9월부터 3차례 걸쳐 병원과 용역업체를 고소했고,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2019년 이 사건을 일부 기소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이번 판결은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어도 노조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입법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정안 2조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한다.
오동욱·김지환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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